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마이셰프 스마트팩토리에서 로봇 팔이 완성된 밀키트 제품을 옮기고 있다. 최선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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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의 ‘스마트 팩토리’. 작업자가 자동 창고 시스템(WMS)을 통해 ‘밀푀유 나베’ 밀키트 조립을 지시하자 개방형 창고의 문이 열리며 노란색 화물 박스가 나왔다. 야채, 소스, 냉장육 등 소분된 11가지 재료가 담긴 상자였다. 자율주행로봇(AMR)이 스르륵 움직여 상자를 포장 라인으로 옮기자 ‘로봇 팔’이 차례대로 재료를 용기에 담았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흘러간 용기들은 자동 포장기를 지나 밀키트 완제품이 됐다.
지난해 33만 개 판매된 밀푀유 나베 밀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작업자들이 재료를 씻고 잘라 소분해 놓으면 이후 조립과 포장은 로봇들이 담당한다. 밀키트 완제품이 나온 이후 택배 포장에도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었다. 개인 주문량에 맞춰 로봇 팔이 알맞은 크기의 아이스박스를 자동으로 골랐고, 아이스박스에 밀키트와 보냉재를 넣고 테이프로 포장하는 것도 로봇의 몫이었다.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마이셰프 스마트팩토리에서 자동 포장기가 밀키트 제품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테이프로 포장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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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있는 마이셰프 스마트팩토리에서 자율주행로봇이 밀키트 재료를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 마이셰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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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가동한 이 스마트 팩토리는 전체 공정의 약 80%를 자동화로 처리하고 있다. 마이셰프가 노동집약적인 밀키트 공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곳이다. 마이셰프의 하루 생산 규모는 기존 1만 개에서 10만 개로 증가했다. 6대의 자율주행로봇은 하루 총 448t을 옮길 수 있고, 일종의 엘리베이터인 ‘수직반송기’는 시간당 43개의 팔레트를 이동해 신속한 입·출고를 가능케 한다.
김경진 기자 |
코로나19를 거치며 성장한 밀키트 시장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로 외식비가 뛰자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이어져서다. 시장조사회사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9년 1017억원에서 지난해 3766억원으로 커졌다. 2025년에는 526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식품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다. ‘1세대 밀키트 업체’인 마이셰프가 스마트 팩토리를 준공한 이유다. 정광섭 마이셰프 대표는 “스마트 팩토리의 우수성을 확인한 고객사가 늘면서 자체브랜드(PB)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컬래버레이션 밀키트 협업 의뢰가 가동 전인 올 1월에 비해 3배 이상, 상품 수로 보면 약 6배 증가했다”며 “스마트 팩토리를 더욱 고도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섭 마이셰프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스마트팩토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마이셰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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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셰프 밀키트 인기 상품인 밀푀유 나베. 사진 마이셰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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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외식 물가가 급등하자 소비자들은 밀키트의 가격 경쟁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2018년 5월)보다 평균 28.4% 뛰었다. 김밥(2192→3200원) 46%, 자장면(4923→6915원) 40.5% 등의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냉면은 8769원에서 1만923원으로 24.6% 올랐다. 서울 유명 평양냉면 식당들은 한 그릇을 1만5000~1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반면 풀무원이 지난달 내놓은 물냉면 밀키트는 2인분에 1만2900원으로, 반값도 되지 않는다.
김경진 기자 |
밀키트 업체들은 가격뿐 아니라 맛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맛집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1위인 프레시지는 외식보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맛집의 밀키트화’에 집중하고 있다. 40년 전통 중앙축산과 협업해 올해 초 내놓은 ‘삼성동 중앙 해장국’은 2만 개 이상 팔렸다. ‘한와담 한우 등심구이’ ‘이바돔 우거지 감자탕’ 등도 인기다. 프레시지는 현재 미국·호주·싱가포르 등 13개국에도 50여 개 품목을 수출 중이다.
프레시지가 ‘중앙해장’과 협업을 통해 출시한 ‘중앙해장 한우양 해장국’. 사진 프레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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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브랜드들은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와 신선 배송을 무기로 삼고 있다.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운영하는 CJ제일제당은 농·축산물의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차별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숨 쉬는 야채 포장’을 적용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축산 가공기술을 고도화해 원재료 고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식감을 개선했다.
hy의 ‘잇츠온’은 고객 주문 즉시 공장에서 재료를 담아 생산하는 방식을 내세운다. 주문과 동시에 최적의 상태로 원물을 소분해 담아낸 후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 카트로 배송해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지상파 한 예능 프로그램과 협업하는 등 브랜드를 키우는 중이다. 풀무원은 냉면 밀키트를 초절임 채소와 고온 살균 처리한 삶은 달걀 등으로 구성해 보통 일주일 내외인 소비기한을 45일로 늘리며 차별화에 나섰다.
풀무원이 지난달 출시한 ‘냉면 밀키트’ 2종. 풀무원의 제면 노하우로 만든 면에 육수와 양념 등을 더했다. 사진 풀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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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의 인기가 뜨겁다”며 “대기업들은 후발주자임에도 유통 인프라와 식자재 조달망 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어 업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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