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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대성당 지은 엔니오 모리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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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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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는 평생 두 번 울었다고 한다. "한 번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였고, 한 번은 영화 '미션'의 음악을 작곡할 때였다." 모든 사람이 영화 '미션'를 보진 못했더라도, 모리코네가 이 영화에 삽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단언컨대 없다.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가사를 붙인 노래가 바로 '넬라 판타지아'다.

20세기 걸작의 탄생을 전부 지켜본 작곡가, 스크린의 영화를 음악으로 기억하게 만든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를 추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7월 5일 개봉한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미리 살펴봤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쿠엔틴 타란티노 등 영화계에 없어선 안 될 별들이 모리코네와의 과거를 직접 증언하며 영화는 진행된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 천재로 급부상한 건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 서부극)이었다. 휘파람을 불며 시작되는 '황야의 무법자' OST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였고, 지금까지 명곡 중의 명곡으로 회자된다. '무법자' 시리즈를 만든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는 10대 시절 음악원 동창이었다. 막역지우를 수십 년 뒤 우연히 만나 평생 교류했던 둘의 우정이 영화에 자세하다.

400편 넘는 영화 음악을 작곡한 모리코네는 열패감으로 고통받았다. 트럼펫과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그는 "음악적 순수성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영화음악은 가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갈등했다. 그러나 위대한 영화음악 거장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영화는 음을 쌓는 건축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엔니오 모리코네는 대성당을 짓고 있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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