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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딘가에서 들었을겁니다”...이 남자가 쌓아올린 ‘音의 대성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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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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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한 장면. [사진=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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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는 평생 두 번 울었다고 한다.

“한 번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였고, 한 번은 영화 ‘미션’의 음악을 작곡할 때였다.”

모든 사람이 영화 ‘미션’을 관람하진 못했을지라도 모리코네가 이 영화에 삽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다.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가사를 붙인 노래가 바로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다.

20세기 걸작의 탄생을 전부 지켜본 작곡가, 스크린의 영화를 음악으로 기억하게 만든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를 추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7월 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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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한 장면. [사진=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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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거성 모리코네 다큐 영화
타란티노·한스 짐머·토르나토레 증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쿠엔틴 타란티노, 한스 짐머, 주세페 토르나토레,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영화계에 없어선 안 될 별들이 모리코네의 과거를 증언하며 영화는 진행된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 천재로 급부상한 건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 서부극)이었다.

휘파람을 불며 시작되는 ‘황야의 무법자’ OST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였고 지금까지 명곡 중의 명곡으로 회자된다.

‘무법자’ 시리즈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모리코네는 10대 시절 음악원 동창이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영화판에서 감독과 작곡가로 우연히 조우한 뒤 유년의 친구를 대번에 알아본다. 막역지우를 수십 년 뒤 우연히 만나 평생 교류했던 둘의 우정이 영화에 자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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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코네가 편곡한 ‘당신 앞에 무릎 꿇고’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삽입했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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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삽입된 잔니 모란디의 ‘당신 앞에 무릎 꿇고’의 편곡자도 모리코네였다.

당시 모리코네는 편곡한 곡을 한 번만 더 편곡해달라는 요청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업 직후 신경질을 내며 곡을 던지듯이 탁자에 내놓았는데 제작자와 감독은 재편곡된 노래를 듣고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음과 음이 서로 밀고 당기는 듯한 도입부로 10초 만에 홀려버리는 저 매혹적인 곡은 ‘기생충’에선 문광이 남편 근세를 소파에서 마사지해주는 장면에도 나온다.

음악적 순수성 고민한 내면 다뤄
‘시네마 천국’ 작곡 거절 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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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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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시계태엽 오렌지’의 음악 작곡을 요청하려 하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자신만이 그의 음악을 써야 한다는 질투심으로 “모리코네가 바쁘다”고 둘러댔던 비화, ‘시네마 천국’ 음악을 의뢰받았을 때 모리코네가 처음엔 거절했던 일들까지 소개된다.

400편 넘는 영화 음악을 작곡한 모리코네는 열패감으로 고통받았다. 트럼펫과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모리코네는 자신이 “음악적 순수성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영화음악은 가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갈등했다.

심지어 모리코네는 1969년 한 해 동안 영화 20편의 음악을 작업하며 “하청을 줬다”는 세간의 오해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위대한 영화음악 거장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영화는 음을 쌓는 건축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엔니오는 대성당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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