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800원대·원달러 1200원대
美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
원화강세 당분간 지속 전망
한·중·일 통화 동조화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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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며 1200원대 안착 시도를 하는 가운데 원·엔 환율도 8년 만에 800원대 진입하면서 원화가 유독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위안화 역시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지표에 약세를 나타내면서 그간 동조화를 보이던 한·중·일 통화가 차별화되며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통화 긴축에도 일본이 나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며, 이달 1200원대 중반에서 등락 흐름을 보인 후 하반기에는 12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오전 9시18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283.6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원·엔 재정 환율은 100엔당 904.22원으로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905.21원)에서 0.99원 내렸다.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 오전 8년 만에 최저 수준인 800원대를 터치한 후 900원대 초중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계속 돈푸는 日 역대급 엔저
최근 엔화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것은 나홀로 돈풀기를 고수 중인 일본의 통화정책 영향이 크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을 촉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이 안정적으로 2%가 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금리인상 등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원화는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환율에 있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눈여겨봐야 할 변수"라며 "당분간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더라도 연말께 통화정책을 선회한다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고, 이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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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도 최근 들어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월 초 1321.6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82.0원(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다. 이날 환율은 오는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미국 의회 출석을 앞둔 경계심이 이어지면서 전날보다 1.0원 오른 1283.0원에 개장했지만, 8거래일째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흐름을 보이는 것은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종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미 Fed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열 차례의 인상 행보를 멈추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동시에 올해 최종금리 중간값을 5.6%로 상향 조정하면서 올해 두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Fed의 금리 전망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 통화정책 불확실성·위안화 약세·무역수지 적자 등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미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환율은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일시적인 등락은 있겠지만 하반기 환율은 1230원대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달 열리는 FOMC에서 Fed가 마지막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통화긴축이 끝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달 환율은 12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다 하반기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 점도 환율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원화 강세 요인"이라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美 금리인상·韓 수출회복·日 통화정책 변수
국내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이 개선세를 나타낼 것이란 점도 환율 하락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 1월 정점을 찍은 이후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으며, 하반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본격적 감산을 통한 수출단가가 회복된다면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중국 경기 개선 속도 등은 원·달러 환율 향방을 결정할 주요 요인이다. 박 연구원은 "한 차례 정도의 미 금리인상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미 물가가 안 잡혀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된다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잠재해있는 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에도 달러 강세가 나타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원·위안화가 디커플링 현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국 경기 개선에 따른 국내 수출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면 환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원·엔 환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부총리가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약세가 아닌 상황에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냐는 질의에 "한일 통화스와프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국제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며 "꼭 환율 안정성이 아니라도 한일 간 경제교류, 기업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일종의 (양국) 경제 관계가 다시 회복됐다는 상징적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기업들은 엔화가치 하락이 달갑지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큰 일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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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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