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드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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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정보단 TF 신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들어 각 지역국을 중심으로 외교 정보에 특화한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실과 공유하는 '외교 정보단'을 꾸렸다. 전 세계 167개 재외공관에서 본부로 보고하는 외교 전문(電文·cable)과 지역 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당면한 외교 현안 관련 보고서를 생산하는 TF 형태다.
TF가 생산한 정보에 대해 정부 내에선 "해외 정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국가정보원 보고서와 견줄 정도로 외교 정보단의 보고서에 대한 대통령실의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시작으로 지난달 G7 정상회의와 그 전후 회원국 정상과의 연쇄 회담 등이 차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외교 정보단의 보고가 시의적절하게 활용됐다고 한다. 공교롭게 이 시기는 국정원이 인사 파동 등 내부 혼란에 휩싸인 때와 겹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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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ㆍ독 협정 '알짜 보고'
특히 지난달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정보단이 대통령실에 올린 보고서에는 프랑스와 독일 간 우호 협정인 이른바 '아헨 협정' 관련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헨 협정은 정부가 한ㆍ일 관계 개선의 모델로 꼽는 1963년 프ㆍ독 간 '엘리제 조약'의 후신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2019년 엘리제 조약 56주년을 기념해 과거사의 앙금을 씻고 외교·경제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체결했다.
외교정보단이 대통령실 보고에 프ㆍ독 간 아헨 협정을 넣은 이유는 한국과 일본이 최근 과거사의 갈등을 딛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로 약속한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만나 '과거사를 극복한 화해·협력'이라는 대의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G7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조우한 데 이어 오는 20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G7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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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업무' 정착해야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고위급에서 다뤄야 할 외교 현안이 전례 없이 늘어나면서 국정원 외에도 외교 분야에 특화된 별도 정보 조직이 필요해졌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외교부도 과거 '특별 보고' 등의 이름으로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별도로 보고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꾸준히 지속되지는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 관계 현장 상황을 담은 수준 높은 정보를 대통령실에 보고할 역량은 외교부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정보기관과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지만 향후에는 미국 등 다수의 선진국이 그러듯이 한국 외교부도 산하에 정보 기능을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조태용 당시 주미대사(현 국가안보실장)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는 모습. 맨 왼쪽은 박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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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산하에 정보조사국(INR)을, 일본 외무성은 국제정보통괄관조직을 두는 등 주요 선진국은 외교 당국 산하에 별도의 정보 관련 조직이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 내에만 16개 정보기관을 두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은 2001년 9·11 테러,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확도 높은 보고를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나 긴급한 안보 현안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순발력 있으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정세 평가를 하는 기능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한국에선 그런 역할을 싱크탱크 용역 등으로 대체해온 측면이 있다"며 "다만 외교부가 미 국무부 등을 본떠 지속 가능한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을 갖추려면 예산이나 조직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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