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사무총장과 배 부총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조강특위를 이끌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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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수도권 당협위원장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 선거를 이끌어야 할 당협위원장 빈자리가 늘면서 총선 채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37곳이었다. 그 중 70%인 26곳은 수도권으로 경기 14곳, 서울 10곳, 인천 2곳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사고 당협을 정비한 뒤에도 6개월 사이 11곳이 추가로 공석이 됐는데, 그 중 9곳이 수도권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지역구 253개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비중이 40%(121석)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핵심 승부처에서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인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각 지역에서 이미 총선 준비 작업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당협위원장도 없으니 아무 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협위원장(민주당은 ‘지역위원장) 해당 지역구를 이끄는 최고위직으로 현역 의원이 주로 맡고, 현역이 없는 경우 유력한 원외 인사가 맡는다. 지역구를 대표해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당원과의 접촉면도 넓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총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의 현역 당협위원장은 공천을 받는 지름길로 통한다.
그럼에도 빈자리가 많다는 건 집권 여당이 수도권에서 승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먹은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실제 수도권 공석 26곳 상당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인 곳이다. 경기 오산의 경우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17대부터 21대까지 내리 5선을 했고, 서울 은평갑도 17~21대 국회 동안 이미경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각각 3선과 재선을 했다.
그나마 도전자가 있다가 공석이 된 곳도 여럿이다.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이 3·8 전당대회 출마를 이유로 물러났던 경기 광명을 자리엔 아직까지 나서는 사람이 없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당시 양기대 민주당 의원이 64%의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국민의힘에서는 “누가 가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광명을을 떠나 상대적으로 당세가 강한 북한 접경 지역인 경기 포천-가평 지역을 두드릴 예정이다. 신보라 전 의원이 지난 3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에 취임하면서 내려놓은 경기 파주갑 당협위원장도 주인이 아직 없다. 파주갑은 운정신도시가 활성화된 후 30~40대 유권자가 대폭 늘면서 야권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당내에선 “신 전 의원 입장에선 미래가 불확실한 총선 도전보다는 공공기관장으로 가는 게 낫다고 본 게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5월 31일 경기 성남 분당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분당구 백현동 마을 인근에서 차량 유세를 하며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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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병도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당원권 정지 6개월(이후 1년 추가) 중징계를 받으며 공석이 됐다. 조강특위에서 노원병 자리를 비워둘지에 대해 아직 본격 논의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당내에선 “공모해도 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원병은 이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총 3번을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한 지역이다. 원래 험지인데다가 이 전 대표가 지난 2일 “윤핵관이 (노원병 공천을 놓고) 장난치려 하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한 상태여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새 인재를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입장에서 더 걱정스러운 건 같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당세가 강한 서울 강남과 양천, 경기 성남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과잉 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목동 학원가를 품고 있는 양천갑이다. 현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자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최근 양천갑 밑바닥을 훑고 있다는 얘기가 당내 파다하다. 이들을 정점으로 지역구 조직도 갈라져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일부 양천갑 시·구의원은 정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당협쇼핑을 하고 있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러자 이튿날인 지난 8일 이른바 ‘국민의힘 양천갑 비상대책위원회’는 조 최고위원에 대한 탄핵 진정서를 당 윤리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양천갑 만큼은 아니지만 성남 분당도 물밑 신경전이 상당하다. 분당은 갑 지역은 안철수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고, 을 지역은 사고 당협으로 남아 있다. 여권에선 분당갑·을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이 다른 험지로 가고, 원래 분당갑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각각 갑과 을에 출마한다’거나 ‘안 의원은 자리를 지키고 김 수석과 박 장관 중 한 명은 인근 다른 지역구에서 출마한다’는 식의 풍문이다.
태영호 의원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으며 공석이 된 강남갑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도 많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누가 주말에 강남갑으로 임장(任掌)을 다녀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3일 서울 노원병의 이준석(오른쪽)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노원구 당고개역과 수락산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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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조강특위는 20일 회의를 열고 사고 당협 인선 논의를 이어간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은 “늦어도 7월 말까지 조강특위를 끝내고 최대한 빨리 총선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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