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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대법 "파업, 노조원 개별책임 따져야" 법조계 "민법 비틀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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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2010년과 2013년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울산공장 점거에 대해 20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두 건을 파기환송했다. 5년 넘은 장고의 결과물이었다. 2013년 관련 사건을 당초 소부에 배당했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최근 다시 소부로 사건을 넘겼다.

심리 과정에선 ‘개별 노조원 손해배상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화두였다. 이날 대법원은 기존 법리와 다른 해석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파업 가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례적 손해배상 책임 계산식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 주체다. 방침이 정해진 이상 (개별 조합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조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조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원들 똑같이 책임지던 파업 손배액…“개별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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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1월 17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울산 3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변에 관리직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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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업은 노조법상 손해배상 청구 제한 대상이 아니다. 그동안 법원은 차임 등 고정비 지출을 기준으로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을 계산한 뒤, 노조가 이 손해에 대해 얼만큼의 책임을 지느냐를 계산해 판결하는 게 기존의 공식이었다. 예를 들어 불법 파업 기간에 10억원의 고정비 지출이 있었다면 이를 손해액으로 보고, 노조의 책임이 50%라면 노조는 5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식이다. 피고 노조 조합원들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든, 법원은 파업에 가담한 이상 이들의 배상 책임과 노조의 배상 책임 정도가 같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피고들에 공동으로 부과했었다.

현대차가 2010년 점거 농성으로 입은 총 피해를 371억원으로 산정한 원심판결 역시 같은 식을 따랐었다. “(공장 점거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의 행사”라고 규정한 2심 재판부는 연간 고정비용을 연간 공장 가동 시간으로 나눈 뒤, 가동 중단 시간을 곱한 값으로 손해액을 책정했다. 현대차가 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해 갈등이 심화된 점 등을 고려해 노조는 이 중 50%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손해배상 책임액이 청구액(20억원)을 초과함에 따라 원심은 최종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현대차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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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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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새 기준에 기업들은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 “회사 측에 조합원 각각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를 파악해 입증하라는 것인데, 이는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민법에선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민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책임제한을 판단할 때 법원은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율을 정하므로, 어느 한쪽에 입증의 부담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왔는 바, 이번 판결은 쟁의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 같은 예외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동 불법행위의 경우 균등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보통) 소송을 당하는 건 단순참가자가 아닌 쟁의행위를 기획·주도하고 적극 참여한 조합원이다. 그런 경우는 사실상 개별화가 불가능하다”며 “구체적인 판단이 어려울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로 연대책임을 지라고 한다든지와 같은 부가적인 설시 없이 개별적인 판단만 하라고 하면 입증이 불가하기 때문에. 결국 손배소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논의되는 이유는 기존 민법으로는 이런 해석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법 규정 자체를 틀어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굉장히 특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쌍용차 점거 농성도 “손해액 18억원 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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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 법원사거리에서 쌍용차 노조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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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원은 63분 동안 진행됐던 2013년 점거 농성에 대해서도 “자동차 같이 예약판매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돼도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며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을 여지가 있다. 법원은 근로자에게 그런 사유에 대한 증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제조업에서 생산이 중단됐어도 불황 등으로 제품이 안 팔리는 상황이라 매출이 감소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면 손해액을 더 낮게 잡아주던 기존 판례를 확장한 거였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의 평택 공장 점거 농성 손배소 상고심에서도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손해액을 55억원으로 봤지만, 대법원은 쌍용차가 2009년 12월 파업 복귀자들에게 임의로 지급한 18억 8200만원은 손해액에서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0년과 2013년 공장 점거 농성을 했던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현재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해서다.

이병준·오효정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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