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는 “신용으로 매수한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청산마저 불가능하다면 거래 재개 때까지 신용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14일 하한가 종목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주식투자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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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동일산업, 만호제강, 동일금속, 대한방직, 방림 등 총 5개 종목의 거래가 정지됐다. 5개 종목이 수년에 걸쳐 지속해 오르다가 비슷한 시간대에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하한가로 직행하자 ‘제2의 라덕연 사태’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이들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5개 기업에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해명하라며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해당 기업들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한 상태다.
회사 측의 해명에도 거래는 재개되지 않았다. 거래소 측은 형식적으로 정해진 거래재개 조건이 없으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매매거래 정지 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점까지 정지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선제 조치에 나선 이유는 앞서 SG 발 주가 폭락 사태 때 하한가에 주식을 사들이는, 일명 하따(하한가 따라잡기)에 나서는 개미가 속출해 2차 피해자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뭉칫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종목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종목 게시판에는 ‘거래소가 작전주로 낙인 찍었다’, ‘하한가 한 번으로 거래를 정지시켜 팔지도 못하게 됐다’며 거래 재개를 기다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만약 신용거래를 이용해 5개 종목의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팔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할 수도 있다. 14일 기준 대한방직의 신용융자 잔고율은 6.99%다. 이어 동일금속(5.72%), 방림(5.09%), 동일산업(3.98%), 만호제강(1.69%) 등에도 신용융자가 잡혀 있다.
정해진 거래재개 요건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정지부터 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거래정지와 관련해 공청회, 토론회 등을 갖고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새로 판을 짜야 한다”며 “거래소가 일단 거래정지부터 걸고 시작하는데, 길게는 3~4년 동안 가다 보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거래가 정지되면 영문도 모르는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폐해가 있어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거래정지는 평균 33분 만에 재개한다는 자료가 있는데, 우리나라만 거래정지 장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SG 사태 때와 달리 이번에 하한가까지 떨어진 종목은 매도 잔량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 추가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대한방직의 경우 하한가 잔량에 18만9818주가 쌓여 있었고, 동일산업과 만호제강은 각각 6만4797주, 1만9276주 쌓여 있었다. 동일금속도 18만6586주에 그쳤고, 방림만 매도 잔량이 127만2898주에 달했다.
한편 각 회사가 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개 종목의 소액주주는 9400여명으로 추산된다. 방림이 354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호제강(2209명), 동일금속(1940명), 동일산업(968명), 대한방직(761명) 순이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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