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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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한·미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물가와 경기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여기에 연준의 추가 인상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연준이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하면서 한·미간 금리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그러나 연준은 위원들의 금리 경로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연내 0.5%포인트 추가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은이 현재 연 3.5%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를 넘어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뒤에도 원화 가치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5월부터 원화 가치 상승·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국 입장에서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을 마냥 방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물가오름세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최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기조적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는 점도 긴축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이미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이 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이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까지 말하며 추가 인상 불씨를 살려뒀다.
다만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불안 가능성 등은 추가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을 더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동결기조를 유지하면서 그간 금리인상의 효과를 확인하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행보와 다양한 경제상황을 감안한 통화정책 결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73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앞으로의 1년은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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