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14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배터리 설계 시 생산, 폐배터리 관리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2020년 12월 초안을 발의한 지 약 3년 만이다. 의회의 이날 승인으로 남은 형식적 절차인 EU 이사회 승인 및 관보 게재를 거쳐 발효된다.
배터리법은 EU 시장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를 비롯해 전기차 등 산업용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걸쳐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폐배터리 급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등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데 따른 조치다.
EU는 법 발효 시점을 기준으로 8년 뒤부터는 역내에서 새로운 배터리 생산시 핵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장려를 위해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의 50%, 코발트·구리·납·니켈은 각각 90%씩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규정했다.
2031년에는 리튬은 80%, 코발트·구리·납·니켈은 95%로 수거 의무 비율이 확대된다. 휴대용 폐배터리의 경우 당장 올해 45% 수거 의무가 적용되며, 2030년까지 73%로 단계적 확대하기로 했다.
생산 공정에 대한 규정도 강화된다. 전기차 및 전기자전거와 같은 경량 운송수단(LMT) 배터리 등은 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 발자국' 신고가 의무화된다.
휴대전화 등 휴대용 배터리는 소비자들이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전기차 ·LMT 배터리 및 2kWh 이상인 산업용 배터리는 각각의 정보를 조회할 수있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이 도입된다.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모든 역내 관련 업계에 대한 공급망 실사 규정도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3사가 모두 진출해 있는만큼 법 시행으로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EU의 배터리법 통과 직후 참고자료를 통해 “EU 배터리법에는 특정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우리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산업부는 EU 배터리법 통과를 계기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친환경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공급망을 선제 정비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이행 방법 등을 담은 10개 이상의 하위 법령이 오는 2024∼2028년 제정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법 적용까지 우리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 발자국과 관련해선 EU 배터리법 시행 이전부터 배출 통계를 구축하고 탄소 배출량 저감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부는 “향후 법의 실질적인 사항을 담는 하위 법령 제정이 중요한 만큼 우리기업들과 함께 긴밀히 대응하겠다”며 “국내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관리 규정, 탄소 배출량 평가 기법 등 관련 제도들을 마련하고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 등 관련 기술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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