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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사설] 러시아 “韓 우크라 무기 제공 안 돼”, 그런 요구 할 자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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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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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그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실이 지난달 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공격 무기의 우크라이나 제공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불만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루덴코 차관은 “우리는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한국 안보의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한국의 군사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요 협박이라 하겠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1만명이 훨씬 넘는 병력을 보냈다. 그 답례로 러시아는 평양 방어에 필요한 방공 무기 체계를 북한에 제공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우주 공간에 띄우는 데 꼭 필요한 발사체 엔진 관련 첨단기술을 러시아에서 통째로 넘겨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이처럼 대놓고 북한과 밀착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군까지 끌어들인 러시아가 한국을 향해선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불가’ 운운하다니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닌가.

북·러 군사 협력은 우리 안보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다. 러시아가 드론은 물론 핵무기 관련 기술까지 북한에 이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그제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교전이 벌어졌다”고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의 영국제 스톰섀도 미사일 발사로 쿠르스크에 주둔하고 있던 북한군 병사 500여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자국 병사들이 명분도 없는 전쟁에서 ‘총알받이’처럼 소모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이라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 정권의 비인간성을 새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것은 대남 전투력의 강화와 직결된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요직에 내정된 인사들과 하루빨리 접촉해 북·러 밀착에 맞설 한·미 공조를 강화하길 바란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의 동태와 전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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