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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시위와 파업

“‘헬스장 먹튀’ 트레이너 파업 준비로 시작… 환불 요구엔 ‘공사 중’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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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회원권 혜택, 자금 유치 필요성 큰 위험 신호”
“문 열기 전 회원 모집, 회원이 투자자 돼버리는 셈”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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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먹튀’ 사건이 트레이너의 파업 준비로 시작됐으며, 헬스장 측에 환불을 요구하니 ‘공사 중’이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는 수법도 사용했다는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앞서 전국 28개 지점을 보유한 유명 체인형 헬스장이 돌연 폐업하면서 '먹튀' 피해 신고가 무더기로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의 체인점 가운데 하나인 경기 부천의 한 헬스장에서 지난 3월 개인운동레슨(PT·퍼스널트레이닝) 비용으로 500만 원을 결제했다 ‘먹튀’ 피해를 입었다는 A씨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들의 ‘먹튀’ 수법을 공개했다.

우선 이들은 장기계약에 큰 폭의 할인과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고 그는 밝혔다. A씨는 “이게(본인이 끊은 회원권) 600만 원짜리 VIP권이었는데 제가 고민을 하니까 그쪽에서 ‘500만 원으로 깎아준다. 그리고 양도도 가능하게끔 해 주고, 헬스권도 1년 무료로 넣어주고, 필라테스도 15회 무료로 넣어주겠다’고 했다”며 “이렇게 좋은 조건을 막 얘기하니까 계약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트레이너들이 파업을 준비한다면서 '먹튀' 피해가 시작됐다고 한다. A씨는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헬스장 측에서) 메신저로 파업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분(트레이너)들이 임금이 1월부터 (못 받고) 밀렸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그거를 지금까지 저희한테 말씀을 안 하고 수업을 계속 진행해 왔던 것이다. 그때부터 이게 뭔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이들은 ‘공사 중’이라며 헬스장 문을 닫아버리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그는 “환불 신청서를 5월 26일 제출했지만 센터에서 공사를 한다고 하면서 문을 갑자기 닫아버렸다”며 “그래서 환불 신청서도 지금 약간 의미가 없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공사를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한다고 문자가 왔었는데, 최근까지 혹시 몰라서 가보니까 공사는 아예 시작도 안 했더라”고 전했다.

이같이 각종 혜택을 준다며 장기 회원권 선납결제를 유도하는 곳일수록 ‘먹튀’ 피해를 유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충고가 나온다. A씨에 이어 출연한 이재용 변호사는 "장기 회원권 선납할인 혜택이 많으면 그만큼 빨리 자금 유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장기로 (회원권을) 끊었을 때 굉장히 많은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분명히 내가 모르는 뭔가가 많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금은 내가 손해를 보는 거 같지만 단기로 끊으시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도 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이 같은 조건으로 회원을 유치하는 신설 헬스장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사전영업'을 하는 경우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경우 본의 아니게 (회원이) 투자자가 돼버리는 것이라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며 “('무자본 갭투자'를 한) 전세사기도 지금 손을 잘 못 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조심하는 게 제일 쉬운 예방책”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같은 ‘먹튀’ 피해 구제책을 놓고 “(헬스장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라도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지만, 다만 승소 판결을 받았을 때 강제로 내가 집행해서 돈을 갖고 와야 한다”며 “그런데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고 상대방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더 이상 없다고 하면 돈을 갖고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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