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제 도입 이후 첫 기각
연내 법위반 여부·제재수위 결정
연내 법위반 여부·제재수위 결정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필수 부품을 공급하면서 장기 계약을 강요하는 ‘갑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글로벌기업 브로드컴이 공정당국에 자진시정안(동의의결안)을 제출했지만 기각당했다. 자진시정안 무산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거쳐 브로드컴에 대한 법위반여부와 제재 수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Inc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기각한 것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동의의결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와이파이·블루투스 칩을 전량 브로드컴에서 받던 삼성전자가 퀄컴 등으로 거래차 다변화를 시도하며서 시작됐다. 브로드컴은 당시 삼성전자가 주문한 부품 선적은 물론 기존 제품의 기술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3년간 연간 7억6000만달러 이상 부품을 구매하고, 이 금액에 미달할 땐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의 장기공급계약을 맺자고 삼성전자에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브로드컴과 부품공급 장기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으나 7월 브로드컴의 신청에 따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브로드컴이 마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해 3년간 품질보증·기술지원 제공, 부품 공급계약 강제 및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며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2억8754만달러(약 3653억원)원의 추가 비용과 3876만달러(492억원) 상당의 과잉 재고를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신고인인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참석해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를 위협해 퀄컴 부품 사용을 막고 경쟁을 제한했음을 강조했다. 반면 브로드컴 측은 삼성과의 장기계약은 상호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맺은 계약이며, 브로드컴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량 예측 실패와 판매 부진의 책임을 장기계약 탓으로 전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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