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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일상 들어온 로봇 … 로봇 생태계 만들고 세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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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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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에서는 AI를 접목한 다양한 신기술 아이디어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로봇 시장이 2020년 250억달러에서 2023년 400억달러로, 2030년에는 16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로봇이 비교적 먼 미래라면, 서비스·산업용 로봇은 다가온 현재다. 공장 전유물로 여겼던 로봇은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 로봇인 '배달(서빙)로봇'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비대면 트렌드와 임금 인상 등에 따른 구인난 여파로 사람과 대면하는 매장이나 사무실에 로봇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민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사진)는 "로봇 대중화 시대가 이미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 물류, 서비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인력난이 심화됨에 따라 로봇 도입 니즈가 크게 높아지면서 대중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 관련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빅웨이브로보틱스의 로봇 플랫폼의 월평균 문의 접수만 200건에 달할 정도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산업이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출현했듯 로봇 또한 서비스 플랫폼을 위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세대 로봇이 정형화된 환경에서의 작업용 로봇을 의미했다면 2세대에서는 다양한 로봇 제품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나아가 향후 펼쳐질 3세대 로봇은 기능 중심의 단위 제품이 아니라 마치 전자기기처럼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이른바 RaaS(Robot as a Service) 형태로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대표는 "향후 로봇 도입 컨설팅부터 구매, 운영 사후관리까지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RaaS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로봇을 도입하기까지 수요 고객의 페인포인트가 시장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김 대표는 분석했다. 그는 "로봇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로봇 하드웨어 기업의 시장 진출이 앞다퉈 진행되고 투자도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수요자에게) 로봇 도입 문턱은 여전히 높고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보급·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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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빅웨이브로보틱스를 설립하고 로봇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수요 고객에게 로봇 제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마로솔'을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이 필요한 로봇에 대한 정보를 플랫폼에 올리면, 마로솔이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공급 기업과 제품을 매칭해준다. 현재 마로솔에는 산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서빙로봇, 바리스타로봇, 방역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로봇까지 3000여 개 국내외 제품이 입점해 있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마로솔의 수요 기업 수는 6만개에 달하고 입점 공급기업은 400개를 돌파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로봇에 대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니즈가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지난해 중고 로봇 마켓플레이스도 개설했다.

로봇 시장의 잠재력과 맞물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높은 인건비와 인력난이 두드러지며 로봇 자동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5개 선진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팹리스 개발 제품과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전 세계 200조원에 달하는 로봇 시장에서 기회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담당자를 확보한 일부 대기업만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도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한국의 로봇 플랫폼과 기업이 우선적으로 구축해 전 세계로 사업 영토를 넓힌다면 무궁무진한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발전은 로봇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오픈AI의 스타트업 펀드가 지난 3월 노르웨이 로봇회사 '1X'의 2350만달러 규모 시리즈A2 투자를 주도하자 로봇 업계가 들썩였다. 앞서 오픈AI는 초기 단계의 AI 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1억달러 규모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이브(EVE)'를 개발했고, 이르면 올여름 AI 기술과 연동된 안드로이드 로봇 '네오(NEO)'를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스스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로봇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율시스템·로보틱스' 연구팀은 올 초 챗GPT를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IT·로봇 업계에서는 AI 기술을 보유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가 하드웨어(로봇) 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에 적용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 시장 전망과 관련해 김 대표는 "서비스와 물류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로봇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큰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제조업 자동화와 맞물려 시장이 커지고 있는 협동로봇 분야는 화낙, 야스카와 같은 산업용 로봇 기업이 뛰어들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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