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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정원오 성동구청장 “경청·생활밀착행정이 ‘유능’ 평가 비결” [2023 서울 구청장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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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전용 번호 공개… 벤치마킹 줄이어

“도시재생·재개발 조화 ‘성수동식’ 추진”

‘가장 내세우고 싶은 정책’은 ‘포용정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경단녀 지원 정책

“ESG에 ‘경제’ 더해야 도시 지속가능해

지방정부, 방역 등 경쟁 통해 혁신해야”

‘늘 곁에서 힘이 되겠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명함엔 이런 문구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두 개 담겨 있다. 하나는 일상적으로 쓰는 연락처, 나머지 하나는 모든 구민에게 공개된 문자 민원 전용 번호다. 정 구청장이 구민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자’ 처음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이후 다른 구청장들도 속속 벤치마킹에 나섰다. 그가 민선 8기 서울 유일의 3선 구청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적극적인 소통과 생활밀착형 행정 덕분이라는 평이 많다.

세계일보

민선 8기 서울 유일의 3선 구청장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7일 집무실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아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진다”며 ‘포용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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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구청장은 지난 7일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세 번째 임기는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구청장 일이라는 게 할수록 더 늘더라”며 민선 8기 임기 11개월여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요즘도 구민들께 수시로 연락이 와서 거의 매일 같이 만나고 있다”며 “비가 많이 와도 구청장 책임이고, 취직이나 장사가 잘 안 돼도 구청장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구청장과 관계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임기 들어 서울의 상황은 지난 민선 6·7기 때와 크게 달라졌다. 정 구청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며 국민의힘이 중앙·지방권력을 거머쥐었다. 이에 정 구청장은 “이것도 국민의 선택 아니겠나”라며 “중앙정부와 시가 상대적으로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어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정부나 시의 정책을 지역상황에 맞춰 받아들이고 구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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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시 개발정책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의 ‘도시재생’ 위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추진으로 바뀐 것과 관련해 그는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있고, 재개발·재건축을 해야만 하는 지역이 있다”며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핫 플레이스’가 된 성수동을 성공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성수동 도시재생을 할 때도 ‘리모델링 활성화구역’을 같이 지정했다”고 부연했다.

‘가장 내세우고 싶은 ‘정원오표 정책’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정 구청장은 “포용정책”이라고 답했다. 그는 “포용정책은 약자를 포용하고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누구도 소외받지 않아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성수동으로 대표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 방지 정책, 경력단절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청년을 위한 소셜벤처 창업지원, 어르신들을 위한 ‘효사랑 건강주치의’ 사업,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정류장 ‘스마트쉼터’ 등이 모두 포용정책에 해당한다. 성동구의 비전이 ‘스마트포용도시’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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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구청장은 2021년 ‘지속가능도시, ESG’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들까지 고려해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정 구청장은 ESG에 경제(Economy)를 더한 ‘EESG’ 개념을 지방자치단체 평가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환경이 좋고,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되고, 지배구조를 잘 갖췄더라도 경제가 어려우면 그 도시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사멸화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역내총생산(GRDP) 증대와 기업 유치, 일자리 확보를 위한 각종 정책이 EESG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성동형 EESG’ 82개 지표를 개발해 매년 자체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 구청장은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지방정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정책은 정부가 발표하지만 실제 집행은 시·군·구가 한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특히 방역정책 같은 경우 다른 지자체와 비교가 가능해졌다”며 “원래 지방정부는 무한경쟁을 통해 혁신해야 하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능한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감이 커졌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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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와 성동구민들 사이에선 정 구청장이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처럼 더 ‘큰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 구청장은 “격려나 덕담으로 이해한다”며 “(민선 6·7기 성동구가) 유능한 지방정부로 기억된 것 같다”고만 답했다. 이어 “소통을 잘 하고 생활밀착 행정에 집중한 결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철거 등 지역의 굵직한 숙원사업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제가 구민들을 잘 만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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