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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석] 이재명의 무한 책임은 '침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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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vs 비주류 간 계파 갈등으로 민주당 내부 시끌
'이래경 사태' 따른 사퇴론 분출…침묵하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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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낙마에 따른 책임론에 침묵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인 비명계 진영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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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15년 4·29 재보궐 선거 결과는 야당의 완패였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서울 관악을·인천 서구강화군을·경기 성남중원 수도권 3곳 모두 여당에 졌다. 특히 전통적 '야당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서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던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친노(친노무현)와 비노의 계파 갈등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해 2월 당권을 거머쥔 문재인 당시 대표의 책임론이 비주류 '비노'(非노무현) 진영에서 나왔다.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여 내부 다툼할 때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내홍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친노와 비노가 뒤섞인 지도부도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이념적 쟁점을 두고 옥신각신하며 공개적으로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를 띄우며 계파주의 허물기와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쇄신 페달을 밟았으나, 안철수 의원을 앞세운 비주류 세력은 당 분란의 책임이 문 대표에게 있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등 주류 세력을 강하게 압박했는데, 이때 내세운 명분이 '무한 책임'이었다. 문 대표는 정면승부로 난국을 돌파했고, 결국은 안 의원과 호남계 의원들은 연쇄 탈당했다.

문 대표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6년 1월 사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당시 뒤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내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주도권 싸움은 지분 싸움의 성격이 짙었다. 눈앞에 다가온 총선은 현실 정치인이 가장 우선시하는 '정치생명'과 직결된 것이니, 자중지란에 빠진 당의 난맥상은 해소되기 어려웠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당 쇄신과 혁신을 내세워 계파 갈등을 종식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끝내 분당이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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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경 이사장의 과거 '천안함 자폭' 등 과거 올린 글들이 논란이 되면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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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민주당 내부는 계파 갈등으로 시끄럽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사퇴와 검증 실패에 따른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결과에 대해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게 당대표가 할 일"이라며 공식 사과했지만, 비명계는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이 이사장의 사퇴 파문 이후 정작 이 대표는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무한 책임이라는 건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지 않냐는 원론적인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유감 표시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 대표가 말한 무한 책임은 어떤 책임일까. 이래경 인사 참사의 여진이 지속하고 있는데도 침묵하며 시간만 보내는 것이 책임인 걸까. 가뜩이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코인 투자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당인데, 이 대표의 침묵으로 이래경 이사장 사퇴 여진이 지속하고 있다. 과연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당 일각에서 '개딸'로 내년 총선을 치를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이전투구 역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툼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다툼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주는 절망적인 싸움이라는 것이다. 과거도 현재도 그렇다. 혁신은커녕 계파 갈등이 더 깊어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마저 든다. '친명 혁신위'로 위기를 자초한 이 대표의 무한 책임은 8년 전과 다르다. 책임은 정치인의 기본 중 기본인 덕목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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