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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문재인 ‘中은 높은 봉우리’, 이재명은 ‘中병풍’논란…굴종외교 부끄럽지 않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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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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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한 중국대사관저를 찾아 중국 대사로부터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훈시를 15분간 묵묵히 들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중국을 방문해 “중국은 높은 봉우리”라며 굴종적 자세로 국민 자존심을 짓뭉갠데 이어, 이번에는 국회 제1야당 대표가 중국 대사의 오만방자한 발언을 묵인하고 심지어 맞장구까지 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태다.

싱 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재명 대표를 초청해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장급 중국 대사가 대한민국 수도 한 복판에서 압도적 과반의석의 제1야당 대표를 앉혀놓고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외교를 깎아내리고 ‘후회’ 운운하며 사실상 협박까지 한 것이다.

싱 대사는 또 “시진핑 주석의 지도 하에 ‘중국몽’이라는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한국의 대중무역적자 확대도 “탈중국화 시도 때문”이라고 탓했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관계가 어렵다”면서도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싱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양국 우호증진’이라는 대사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넘어 주재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이자 심각한 외교 결례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외교부가 9일 도발적 발언을 일삼은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사절 본분에 벗어나지 않게 처신하라”고 엄중 경고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 한심한 것은 싱 대사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우리 정부의 정책을 폄하하고 헐뜯는데도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수수방관한 이 대표의 처신이다.

도대체 이 대표는 5000만 국민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공당의 대표인지, 중국 눈치만 살피는 ‘조공국 신하’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굴종외교’ 라며 깎아내리더니, 정작 자신들은 싱 대사의 ‘중화 패권주의’ 와 ‘시진핑 우상화’선전에 들러리가 돼 멍석까지 깔아준 셈이니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이러니 정치권 안팎에서 “구한말 위안스카이를 떠올리게 한다”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 치욕’과 다를게 뭐냐”는 조롱과 야유가 쏟아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 대표는 9일 “싱 대사와 경제 안보 문제나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 대표가 중국 대사의 초청에 응한 이유는 짐작할 만 하다.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사태, 대변인의 천안함 막말 등으로 당이 풍비박산나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공동대책을 마련해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좁아진 자신의 입지도 강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싱 대사의 계략에 말려들어 국민 자존심에 먹칠하고 국격마저 갉아먹은 꼴이 됐으니 이런 망신과 수모가 또 있을까.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당장 볼썽사나운 ‘사대주의’적 행태를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싱 대사 또한 무례한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죄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

만약 주중 한국 대사가 중국을 겨냥해 외교 관례를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했을지를 자문해보라.

물론 이 대표 주장처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굴종외교’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 외교의 품격과 독립성만 무너뜨릴 뿐이다.

중국이 우리를 얕잡아보는 것은 중국을 ‘높은 봉우리’로 부르고, ‘사드 추가배치 금지’등 3불을 약속한 문재인 정권의 ‘사대 굴욕외교’ 탓이 크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한 민족이 치열하게 싸우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설 자랑스런 권리를 잃게 된다”며 “비겁함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되, 안하무인식 횡포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고 할 말도 제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자주 외교다.

중국 또한 자국의 이해와 상충한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전랑외교’를 펼칠수록 양국간 대등한 ‘상호존중’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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