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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산업용 전기, 주택용보다 진짜 저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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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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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에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비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한 특혜를 받고 있고 이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과 달리 송·배전 설비 비용과 같은 설비투자 비용이 다르고, 전력사용 패턴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수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차이가 미미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게 전력업계의 설명이다.

전기요금은 왜, 얼마나 올랐을까?
9일 한전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 7월, 10월 등 세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19.3원이 인상된 데 이어 올해 1월 13.1원, 5월 16일 8원을 올려 총 34.4원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한달에 평균 332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4인 가구는 지난해 초보다 1만5250원의 요금을 더 내게 됐다.

전기요금이 급등한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인상에서 기인한다. 한국전력은 발전공기업 외에 민간발전사들에게도 전기를 구매해 민간에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한전이 전기를 구매할 때의 기준이 전력도매가격(SMP)인데, SMP의 가격기준이 액화천연가스(LNG)다. LNG가격이 오르면 SMP가격이 오르지만,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은 SMP가격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1·4분기 기준 SMP가격은 ㎾h당 174원이었지만 판매가격은 146.6원이었다.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이같은 역마진 구조에서 한전은 지난 1·4분기까지 44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이자 비용만 하루 평균 116억원이다. 한전은 올해에만 ㎾h당 51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있어야만 정상화될 있다고 했지만 2·4분기까지 21.1원 인상에 그쳤다. 이 때문에 향후 추가 전기요금의 인상이나 국제 에너지 가격의 드라마틱한 하락 없이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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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지 않은 산업용 전기요금

이처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자 일부 소비자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보다 더 크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 전기보다 저렴한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리면 주택용 요금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력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현재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차이는 거의 없는데다 송배전 설비에 대한 투자, 전력사용 패턴 등을 비교하면 단순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송전비용은 발전소에서 전력을 고압으로 변환해 송전선로를 통해 변전소로 전달하는 비용이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요자까지 수송하기 위해서는 먼 거리의 송전선로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선로의 저항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력손실이 발생한다.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선을 굵은 것으로 사용해 저항을 낮추거나 송전전압을 증가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의 표준전압은 380~400V이며, 이는 220V인 주택용보다 송전과정에서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주택가마다 변압기를 설치해야하는 주택용과 달리 산업용은 설비 투자비가 적고, 발전비용이 낮은 경부하시간대 전력사용이 많아 상대적으로 공급비용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산업용과 주택용 간 전기요금 격차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2010년 ㎾h당 76.63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18.7원까지 오른 반면, 주택용은 119.85원에서 121.3원을 기록했다. 2010년 43.22원이었던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격차는 이제 1.15원까지 좁혀졌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h당 7.4원을 인상했던 당시 산업용은 사용구간에 따라 4.5~9.2원을 더 높였다. 사실상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차이는 거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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