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9일 전북도의회에서 국주영은(앞줄 왼쪽) 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북개발공사 사장' 관련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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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 의원 "문제 많아 자료 요구"
전국 광역·기초의회 자료 제출 요구를 두고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의원은 "집행부 감시와 정당한 의정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무원 노조 등은 "사적 이익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보고 있다.
7일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인 박용근(장수군) 도의원은 지난해부터 도 산하 공공기관인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하 경진원)에 14차례에 걸쳐 직원 '시간 외 근무' 현황 등 자료를 요구했다. 경진원 측은 A4 용지 3만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경진원 내부에선 "직원 전체가 자료를 준비하느라 본연 업무를 하지 못해 행정이 마비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에 전북도청공무원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물품 구매 거부 시 예산 심사 보복 등 갑질이 있었다"며 도의회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실제 경진원에서 받은 자료는 복사지 6000매 정도"라며 "경진원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인 '거시기장터(현 상생장터)'에 문제가 많아 관련 자료를 요구했는데 주지 않아 우회 자료를 요구해 겨우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에서 어려운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거시기장터 운영비를 주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를 받으면 안 된다"며 "그런데도 장터를 운영하는 업체 측은 납품 농가들로부터 6.2%씩 판매 수수료를 받아 2019년 6800만원, 많게는 한 해 5억원까지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집행부에서) 자료를 받지 않으면 현안이 뭐고,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며 "전북 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농민 등이 생산한 것을 쓰라고 권유했을 뿐 특정 업체를 지정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용근 전북도의원(장수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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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의회 법적 공방…노조 "직장 내 괴롭힘 고소"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충남 서천군의회 국민의힘 소속 초선인 이지혜 의원이 회기가 아닌 때 서천군에 노인일자리 사업 자료를 요구했다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이 의원 사무실 앞엔 관련 자료가 담긴 사과 상자 약 20개가 놓였다고 한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노인일자리 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료를 요구했다"며 "이렇게 많은 분량인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 제48조에 따라 자치단체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비회기 중엔 의장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김경제 서천군의회 의장 승인 없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천군의회는 지난달 17일 본회의를 열어 이 의원에게 출석 정지 20일과 공개 사과 징계를 의결했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지난달 23일 이 의원이 제기한 '징계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천군의회와 공무원 노조 측은 각각 "본안 소송으로 대응하겠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회 로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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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부터 자료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런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4월 24일 충북 11개 시·군 지부에 기초의원 갑질 사례 현황 조사를 요청했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 자료 제출 독촉·강요하는 경우 ▶공문 등 공식 경로 아닌 방식으로 자료 요구하는 경우 ▶제공 자료가 시·군의회 질의응답에 활용되지 않거나 개인 정보 포함한 비공개 자료가 유출된 것 ▶부군수실·국장실·부서장을 등에 업은 사실상 의원 업무 지시 ▶일반적이지 않은 순서·방향으로 승진·전보된 의원 친인척 등 5가지다.
이에 음성군지부는 같은 달 26일 음성군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서엔 민간 법인·단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포함된 자료 유출과 부군수실에 팀장·직원을 불러 2시간 넘게 타인 송사 관련 보도자료 검토를 요구한 사례 등이 담겼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자료를 재가공해 제출해야 한다면 공무원 업무 부담을 고려해 적당한 시기·분량을 미리 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애초 집행부가 기밀이 아닌 사업·정책 관련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면 갑질 논란이 발생할 여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주·서천·음성=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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