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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가 걸어온 10년, 모든 날이 K팝 역사 [BTS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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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아이돌’ 맨손으로 출발

빌보드 ‘핫 100’ 1위 18번 달성

K팝영역 무한확장한 ‘나폴레옹’

그래미 입성 명실상부 슈퍼스타

헤럴드경제

모든 날들이 ‘증명의 순간’이었다. ‘흙수저 아이돌’로 출발했던 방탄소년단(BTS)은 ‘K-팝 센세이션’으로, 또 ‘21세기 비틀스’로 불렸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칭하는 수사가 간단해졌다. 그냥 ‘슈퍼스타’다. 더이상 구구절절한 수사가 필요치 않은 가수가 됐다는 말이다. 지난 10년 간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맨손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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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3일. 그들이 세상에 나온 후 10년 간 방탄소년단은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에 없던 기록을 써 내려갔다. ▶관련기사 4·5면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유행처럼 사용하는 ‘기록의 소년(소녀)들’은 애초 방탄소년단에게서 시작된 수사다. 방탄소년단이 가는 길이 곧 ‘새 역사’였고, ‘이정표’였다. 이들이 음악 시장에 가져온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성과는 K-팝 시장을 전 세계로 넓혔다는 점이다. 해외 팬들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당시 팬들은 ‘쩔어’ 뮤직비디오의 리액션 영상을 만들어 ‘셀프 홍보’를 시작했다. 이듬해 이들은 정규 2집 ‘윙스’(WINGS)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총 18번의 ‘핫 100’ 1위, 6번의 ‘빌보드2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핫 100’에선 방탄소년단이 방탄소년단을 밀어내는 명장면(2021년 ‘버터’(Butter)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바통 터치)도 나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방탄소년단은 그간 아시아권에 갇혀 있던 K-팝 시장을 북미와 유럽으로 확장한 ‘K-팝계의 나폴레옹’”이라며 “방탄소년단이 K-팝 그룹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후발주자의 길을 터줬다”고 분석했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에 오른 이후 잠잠했던 북미 시장이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활짝 열렸다.

북미·유럽에서 실물 음반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간한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한국 순이었다. 2014~2016년 3년 간 8위에 그쳤던 한국은 지난 2017년 호주와 캐나다를 제치고 6위에 안착했다. 그 해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시작된 해다. 당시 첫 편 격인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가 ‘빌보드 200’ 7위에 올랐다. 이듬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정상을 밟았다.

팬데믹에 돌입하며 방탄소년단이 내세운 ‘글로벌 전략’은 K-팝 그룹들에게 중요한 힌트가 됐다. 영미권 주요 차트 진입과 그래미 입성을 염두한 영어 노래 발표가 그것이다. 미국 빌보드에서 ‘핫 100’ 집계의 주요 지표 중 하나가 라디오 방송 횟수라는 점이 고려됐다. 비영어권 노래에 보수적인 라디오를 뚫으려면 영어로 부른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영어곡인 ‘버터’는 미국 내 180개 라디오 방송사에서 모두 방송됐다. 신곡으로 전 방송사에서 송출된 외국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K-팝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지 않고 ‘방탄소년단’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존재감을 확인한 때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말 그대도 입지전적인 그룹”이라며 “K-팝을 넘어 팝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그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모 평론가 역시 “방탄소년단은 K-팝의 글로벌 확산과 대도약의 시대를 열었다”며 “방탄소년단 없이 지금의 K-팝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주류 팝 시장에 진입하며 K-팝 이미지와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방탄소년단은 곧 K-팝이고, 이들이 ‘K-팝의 얼굴’이다 보니 K-팝 자체의 품격이 높아졌다.

2020년 ‘팬데믹 3부작’의 시작을 알린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통해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이후 미국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희망을 주는 노랫말을 위트있게 채워 넣은 그들의 노래는 영미 대중음악의 트렌드와 전통을 따르면서도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팝 음악엔 약물과 섹스 등 선정적이 이야기가 난무하는 데 반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건전 가요와 같은 건강한 희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곡이 나왔을 당시 포브스는 “가족 친화적인 가사는 ‘다이너마이트’를 미니밴에 탄 어린 아이부터 엄마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이듬해 나온 ‘버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K-팝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K-팝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빌보드 ‘핫 100’ 1위가 도화선이었다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는 화룡점정이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프랜차이즈 회사인 맥도날드와 협업, 세계 50개국에서 판매되는 ‘더 BTS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실생활과 밀접한 식음료 브랜드의 모델은 아무나 선정되지 않는다”며 “전 세계 어느 곳에서 나와도 누구나 얼굴과 이름을 알 수 있는 경우, 해당 모델과 브랜드가 협업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인지도를 가진 경우에만 발탁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BTS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팬과의 소통방식을 바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야말로 슈퍼스타인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를 ‘친근한 K-팝 스타’로 만들었다.

사실 K-팝은 1990년대 후반 H.O.T.의 등장과 해체를 1세대, 2007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빅뱅과 2 PM 등 처럼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된 시기를 2세대, 2013년 이후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을 3세대로 본다. 1~2세대 그룹이 팬카페 등의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면, 방탄소년단 등 3세대 이후 K-팝 스타들은 글로벌 SNS 플랫폼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데뷔 전부터 SNS를 통한 팬들과의 교류는 이전 세대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6개월 전인 2012년 12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글로벌 팬과 소통을 시작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SNS와 유튜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했고, 그런 점이 팬덤에게 친밀감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SNS를 통해 음악적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했다. 지난 2018년 주경기장 공연 직전 열린 간담회에서 RM은 “음악의 진심을 전할 때, 이를 똑똑하게 전하는 게 어렵다”며 “SNS를 활용해서 팬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트위터는 K-팝 팬덤의 전초기지가 됐다. 방탄소년단 이후 등장한 4세대 그룹들은 이들을 벤치마킹해 트위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트위터에 따르면, 4세대 아티스트들은 데뷔 전 평균 323개의 트윗을 업로드했고, 평균 56만2377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SNS가 K-팝 그룹의 새로운 전략적 채널로 자리한 것이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SNS가 K-팝 확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자, SNS는 K-팝 시장의 새로운 채널로 글로벌 시장을 뚫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빛났던 과거만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다. 방탄소년단은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해 유튜브 채널 방탄TV에서 데뷔 9주년을 맞아 기습 공개한 ‘찐 방탄회식’에서 자신들의 번아웃을 고백하며, 그룹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방탄의 ‘쉼표’는 K-팝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단순히 한 보이 그룹의 활동 중단이 아닌, 한 세대의 종언과 ‘세대 교체’를 상징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빈 자리에는 ‘뉴아르’(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등 4세대 그룹들이 차지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지나온 방탄소년단의 내일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청신호도 있지만, 적신호도 도사린다.

김진우 위원은 “그룹의 활동을 멈추고 군입대와 개별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팬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하이브의 여러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방탄소년단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신곡 공개 등 꾸준한 노출로 2025년 완전체 컴백 때도 팬들이 흩어지지 않아야 지금의 성취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임진모 평론가 역시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까지 개별 활동을 넘어 유닛 등의 활동으로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팬덤의 지속이 가능하다”며 “10주년을 맞아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미래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갈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영향력이나 인기의 측면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팀 활동을 멈추고 입대를 결정했다”며 “복귀했을 때에도 지금과는 다르지 않은 센세이션이 이어지겠지만, 그 때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이어지면서 K-팝의 좋은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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