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바꾼 K-팝의 순간들
아시아 넘어 북미·유럽으로
K-팝 영토확장·위상 제고
SNS 활용으로 글로벌 팬덤 다져
BTS의 미래는 청신호·적신호 공존
방탄소년단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흙수저 아이돌’로 출발해 ‘K-팝 센세이션’으로, ‘팝 아이콘’이자 ‘21세기 비틀스’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은 K-팝업계에도 다시 없을 성취를 남겼다. 사진은 방탄소년단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무대.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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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모든 날이 ‘증명의 순간’이었다. ‘흙수저 아이돌’로 출발했던 방탄소년단(BTS)은 ‘K-팝 센세이션’으로, 또 ‘21세기 비틀스’로 불렸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칭하는 수사가 간단해졌다. 그냥 ‘슈퍼스타’다. 더는 구구절절한 수사가 필요치 않은 가수가 됐다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은 맨손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왔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일곱 명 멤버의 열정적 노력의 산물”이라며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수많은 난관과 약점을 딛고 가공할 만한 퍼포먼스와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13일, 이들이 세상에 나온 후 10년간 방탄소년단은 한국 대중음악사상 전에 없던 기록을 써내려 갔다.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유행처럼 사용하는 ‘기록의 소년(소녀)들’은 애초 방탄소년단에서 시작된 수사다. 방탄소년단이 가는 길이 곧 ‘새 역사’였고 ‘이정표’였다. 이들이 음악시장에 가져온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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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넘어 북미·유럽으로…K-팝 영토 확장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성과는 K-팝시장을 전 세계로 넓혔다는 점이다. 해외팬들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부터다. 당시 팬들은 ‘쩔어’ 뮤직비디오의 리액션 영상을 만들어 ‘셀프 홍보’를 시작했다. 이듬해 이들은 정규 2집 ‘윙스(WINGS)’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총 18번의 ‘핫 100’ 1위, 6번의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핫 100’에선 방탄소년단이 방탄소년단을 밀어내는 명장면(2021년 ‘버터(Butter)’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바통터치)도 나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방탄소년단은 그간 아시아권에 갇혀 있던 K-팝시장을 북미와 유럽으로 확장한 ‘K-팝계의 나폴레옹’”이라며 “방탄소년단이 K-팝그룹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후발 주자의 길을 터줬다”고 분석했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에 오른 이후 잠잠했던 북미 시장이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활짝 열렸다.
팬데믹에 돌입하며 방탄소년단이 내세운 ‘글로벌 전략’은 K-팝그룹들에 중요한 힌트가 됐다. 영미권 주요 차트 진입과 그래미 입성을 염두에 둔 영어노래 발표가 그것이다. 미국 빌보드에서 ‘핫 100’ 집계의 주요 지표 중 하나가 라디오방송 횟수라는 점이 고려됐다. 비영어권 노래에 보수적인 라디오를 뚫으려면 영어로 부른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영어곡인 ‘버터’는 미국 내 180개 라디오 방송사에서 모두 방송됐다. 신곡으로 전 방송사에서 송출된 외국 아티스트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K-팝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지 않고 ‘방탄소년단’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존재감을 확인한 때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그룹”이라며 “K-팝을 넘어 팝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의 그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모 평론가 역시 “방탄소년단은 K-팝의 글로벌 확산과 대도약의 시대를 열었다”며 “방탄소년단 없이 지금의 K-팝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RM(가운데)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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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담은 노래’로 K-팝 자체의 품격까지 높이다방탄소년단이 주류 팝시장에 진입하며 K-팝 이미지와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방탄소년단은 곧 K-팝이고, 이들이 ‘K-팝의 얼굴’이다 보니 K-팝 자체의 품격이 높아졌다.
2020년 ‘팬데믹 3부작’의 시작을 알린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통해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이후 미국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희망을 주는 노랫말을 위트 있게 채워넣은 그들의 노래는 영미 대중음악의 트렌드와 전통을 따르면서도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팝음악엔 약물과 섹스 등 선정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데 반해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건전 가요와 같은 건강한 희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곡이 나왔을 당시 포브스는 “가족친화적인 가사를 담은 ‘다이너마이트’는 미니밴에 탄 어린아이부터 엄마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이듬해 나온 ‘버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K-팝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K-팝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빌보드 ‘핫 100’ 1위가 도화선이었다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그래미 어워즈’는 화룡점정이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프랜차이즈회사인 맥도널드와 협업, 세계 50개국에서 판매되는 ‘더 BTS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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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활용해 글로벌로 팬덤 확장방탄소년단은 팬과의 소통 방식을 바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트위터와 같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으로 ‘친근한 K-팝스타’로 자리했다.
사실 K-팝은 1990년대 후반 H.O.T.의 등장과 해체를 1세대, 2007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빅뱅과 2PM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된 시기를 2세대, 2013년 이후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을 3세대로 본다. 1~2세대 그룹이 팬카페 등의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면, 방탄소년단 등 3세대 이후 K-팝스타는 글로벌 SNS 플랫폼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다.
방탄소년단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BEHIND THE STAGE) : 퍼미션 투 댄스’.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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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데뷔 전부터 SNS를 통한 팬들과의 교류는 이전 세대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6개월 전인 2012년 12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글로벌 팬과 소통을 시작했다.
덕분에 트위터는 K-팝 팬덤의 전초기지가 됐다. 방탄소년단 이후 등장한 4세대 그룹은 이들을 벤치마킹해 트위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트위터에 따르면, 4세대 아티스트들은 데뷔 전 평균 323개의 트윗을 업로드했고, 평균 56만2377명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SNS가 K-팝그룹의 새로운 전략적 채널로 자리 잡은 것이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SNS가 K-팝 확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자 SNS는 K-팝시장의 새로운 채널로 글로벌 시장을 뚫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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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쉼’은 4세대로의 세대 교체…내일의 BTS는?방탄소년단의 빛났던 과거만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 방탄TV에서 데뷔 9주년을 맞아 기습 공개한 ‘찐 방탄회식’에서 자신들의 번아웃을 고백하며 그룹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의 ‘쉼표’는 K-팝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단순히 한 보이그룹의 활동 중단이 아닌 한 세대의 종언과 ‘세대교체’를 상징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빈 자리에는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등 4세대 그룹이 차지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지나온 방탄소년단의 내일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청신호도 있지만 적신호도 도사린다.
김진우 위원은 “그룹활동을 멈추고 군입대와 개별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팬덤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하이브의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며 “방탄소년단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신곡 공개 등 꾸준한 노출로 2025년 완전체 컴백 때도 팬들이 흩어지지 않아야 지금의 성취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임진모 평론가 역시 “멤버 전원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까지 개별활동을 넘어 유닛 등의 활동으로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팬덤의 지속이 가능하다”며 “데뷔 10주년을 맞아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미래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갈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영향력이나 인기 측면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팀활동을 멈추고 입대를 결정했다”며 “복귀했을 때도 지금과는 다르지 않은 센세이션이 이어지겠지만 그때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이어지면서 K-팝의 좋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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