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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우크라 ‘대반격’ 시작됐나…러시아 “대대적 공세 격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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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도네츠크주 남부전선 5곳서 공격” 영상 공개도

우크라 “작전은 침묵을 사랑…시작 발표는 없을 것”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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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예고해왔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일까.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전선에서 산발적인 공세에 나선 정황이 감지됐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공세를 격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성명을 내고 “4일 오전부터 적(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남부 전선 5개 구역에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적은 모두 합쳐 6개 기계화 대대와 2개 전차 대대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의 목표는 우리의 가장 취약한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이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16대와 보병 전투차량 3대, 장갑차 21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공격을 받아 불타는 모습이라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이날 오전 도네츠크 바흐무트, 솔레다르, 부흘레다르 등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략 요충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러시아 진지를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보도기관이 4일 공개한 동영상의 스크린샷.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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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할 길이 없으며 이날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예고해온 ‘봄철 대반격’의 시작을 뜻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 측 발표에 대해 “우리는 그러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종류의 가짜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과 관련해 내놓은 공식 언급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전투가 29건 벌어졌다는 총참모부의 일일 보고가 전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은 최근 들어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면서 “성공할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에 대한 공식 발표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검지를 입술에 대는 영상을 내보내면서 “작전은 침묵을 사랑한다. (대반격) 시작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도 이날 트위터에서 “침묵을 즐기라”면서 “말은 불필요하고 해를 끼칠 뿐”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도 몇몇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크름반도 자치공화국 측은 해당 채널들이 해킹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날짜와 시간을 정해 대규모 공격을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격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방식으로 이미 대반격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지난달 27일 가디언에 “(대반격은) 어떤 날이나 특정 일자, 특정 시간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복잡한 과정”이라면서 보급선을 파괴하거나 후방의 창고를 파괴하는 등 일부 과정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강도가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본토 서남부 지역과 크름반도 등은 최근 연이은 포격과 드론 공습을 받고 있다. 크름반도 북쪽 잔코이는 4일 드론 9대의 공습을 받았다.

대반격에는 우크라이나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말 전쟁이 교착 상태에 들어간 뒤부터 몇달 동안 전세를 뒤집기 위한 대반격을 준비해왔다. 대반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서방의 지원이 급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평화협상이 분쟁 종식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되찾기 전에는 평화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시나리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규모 반격에 대비해 서방에 포탄과 탄약,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 등 주력 전차, F-16 전투기 등을 지원해줄 것을 압박해 현재 대부분이 제공된 상태다. 다만 M-1 에이브럼스와 F-16은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한 조작 훈련이 끝나지 않아 실제 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몇달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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