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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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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고금리시대] 낮아지는 금리에 통화당국 경계감 '증폭'…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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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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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가 하락 기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심경은 마냥 편치 않다. 한은은 지난해 6%대를 웃돌던 물가를 낮추기 위해 1년 여에 걸쳐 사상 유례 없는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금융권을 상대로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금리가 하향하자, 가계부채 규모가 반등해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향후 정책 운영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인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블로그를 작성한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파급 영향으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장기간 큰 폭으로 누증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국내 주택가격이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는 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1%로 임계치(80~100%)를 상회한다. 이는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홍 국장은 “최근 주택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그로 인해 부채 축소 흐름이 약화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이고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누증 해소'에 정책 주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의 이 같은 시각은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현 기준금리(3.5%)에도 가계부채 규모가 반등하는 등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디레버리징 약화'가 국내 금융·경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국내외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나 과거보다 높은 금리 수준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장 안팎의 분위기가 빚 상환 대신 다시 부채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가뜩이나 올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부실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은 "부문간 잠재 리스크가 연계돼 있고 민간의 완충 여력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취약 부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타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으라"며 "중장기 시점에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지난해부터 은행권 등에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개최된 가계대출 점검 회의에서 "현재의 대출금리가 과거 대출 급등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택 거래도 예년보다 적다"면서 "향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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