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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명보 “당국의 ‘천안문 시위 지우기’ 역효과…6·4 진실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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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3일 저녁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경찰이 시민들에 대해 불심검문을 하는 모tmq.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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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중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천안문 민주화시위에 대한 ‘역사 지우기’가 한창인 가운데 현지 유력지가 천안문 시위의 진실을 바로잡는 것이 당국의 역사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언론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사라지는 가운데 이례적인 행보여서 주목된다.

홍콩 명보는 4일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이날 34주년을 맞은 천안문 민주화시위를 둘러싼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명보는 사설에서 “1989년 시위는 애국적인 민주화운동이며 폭력적인 수단으로 탄압돼서는 안 된다”며 “당국은 6·4 사건의 구체적인 사상자 수 등 주요 역사적 사실을 발표한 적이 없고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1989년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이미 분명한 결론을 내리고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지만 국가의 발전이 올바른 길로 간다고 해도 당국은 과거의 잘못을 포함한 역사를 직시하고 6·4에 대한 진실을 복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희생자 유족이 연로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진실에 대해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당국이 6·4 사건의 진실을 바로잡아야 유가족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4 천안문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 사과하라는 국제 인권단체의 요구에 대해 입장을 질문받자 “일찌감치 정론(定論·사안에 대한 확정된 입장이나 결론)이 나온 일”이라며 “우리는 이런 조직(인권단체)이 인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는 직전 후야오방 총서기의 사망에서 촉발됐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직에 올라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12월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을 대화로 설득하려다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1월 실각했다.

그는 이후 1989년 4월 15일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그를 추모하는 인파가 천안문 광장에 몰리면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이어졌다. 결국 중국 인민해방군은 그해 6월 4일 탱크 등을 동원해 시위를 유혈 진압했고, 서방에서는 당시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2021년 11월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는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유혈 진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엄중한 정치 풍파”로 표현했다.

명보는 “홍콩 정부 관리들은 사람들이 천안문 시위 기념일을 이용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저지를까 우려한다. 홍콩은 국가 안보를 수호할 책임이 있으며 외부 세력과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6·4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정당성과 필요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반중 세력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6.4 사건을 이용하려는 속셈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애국심에서 당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6·4 운동의 정당성을 복권해주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명보는 또한 별도의 기사에서 홍콩 정부 관리들이 의도적으로 ‘6월4일’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장관)은 “며칠 내 ‘특별한 때(날)’에 국가안보를 위협하려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천안문 시위 34주년인 6월 4일을 겨냥한 경고였지만 ‘천안문’이나 ‘6월4일’이라는 언급 대신 ‘특별한 때’라고 표현한 것이다.

명보는 “정부가 특정 날짜에 맞춰 특정 조치를 취하면 사람들에게 오히려 특정 날짜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천안문 시위 33주년을 하루 앞두고 탱크 모양 아이스크림을 홍보하던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리자치의 방송이 갑작스레 중단되고 이후 그가 석 달간 사라졌던 게 오히려 ‘리자치의 역설’이라 불리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당국의 통제로 6·4 사건에 대해 몰랐던 중국 젊은 세대가 이 사건을 계기로 검열에 가려졌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자충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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