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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대학은 휴지 살 돈도 없고, 초중고는 낭비한 돈만 1년 1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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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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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교부금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 결과 다시 한번 드러났다. 감사원은 2020∼2022년 전국 시도 교육청 교육교부금 195조1000억원의 21.8%인 42조6000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1년에 14조원꼴이다.

실제보다 과다 계상한 예산만 해도 교원 인건비 4조4000억원, 교육청 채무 상환 2조6000억원, 학교 시설비 1조2000억원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유·초·중등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교육교부금은 ‘묻지 마 증액’ 제도 때문에 최근 10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국 시도 교육청들은 돈을 마구 뿌리듯 하고도 사용처를 더 찾지 못해 22조원 이상을 그냥 쌓아놓고 있다. 그런데 이 눈먼 돈과 같은 교부금을 못 받고 등록금 인상도 못 하는 대학들은 화장실 휴지 살 돈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여기서 무슨 수준 높은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겠나. 나라가 이래도 되는가. 같은 나라의 학교들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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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교육 예산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매년 얼마나 필요한지 적정 규모를 산정해 그만큼만 지급하고 있다. 우리 경우는 과거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 교육 예산만은 제대로 배정하자는 좋은 뜻에서 현재의 묻지 마 강제 배정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그때에 비해 나라 살림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당연히 없어져야 할 제도가 시도 교육청들과 민주당의 반대로 유지되면서 국가 재정과 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다. 감사원은 이대로 가면 2060년 교육교부금은 17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말도 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정치도 아니고 선거 전략일 수도 없다. 민주당도 제도 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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