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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시위와 파업

“늘렸다 줄였다” 여의봉도 아닌데…법허점 악용, ‘꼼수 1인시위’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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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서초구 모 기업 인근 시위 현수막 [사진출처=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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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 1인 시위’로 시민들과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를 하고 사실상 1인 시위를 벌이거나, 실제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를 1인 시위로 가장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 또는 ‘시위’를 위해서는 2명 이상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야 한다.

현수막을 지자체 신고 후 지정 게시대에만 내걸 수 있는 1인 시위와 달리 다수 집회 때에는 옥외집회(시위·행진) 신고서에 준비물로 기재만 하면 숫자 제한없이 신고 기간 동안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반면 1인 시위는 집시법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 사전 신고의무가 없다. 집시법 규제 대상인 다수 집회나 시위와 달리 국회나 헌법재판소 인근 등 시위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집시법에 정해진 소음 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롭다.

이같은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 자신의 주장 관철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는 ‘변칙 1인 시위’가 늘어나면서 기업과 일반 시민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꼼수 시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오공 머리카락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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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모 기업 사옥 앞 [사진출처=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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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따르면 머리카락으로 똑같은 사람을 복제하는 손오공처럼 1인 시위이지만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 벌어지는 시위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같이 시위에 나설 동반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정기적 참석이 어려워 집회나 시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현수막과 입간판, 천막 등 시위 도구를 장기간 설치하기 위해서다.

1인 시위에 나설 때는 관할 지자체에 현수막 게시를 신고한 뒤 지정된 게시대에 걸지 않으면 모두 불법으로 철거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집시법상 집회 준비물로 신고되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숫자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현수막 때문에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더라도 불명확한 단속 규정 때문에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철거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도 1인 시위에 나섰다가 현수막이 ‘시위 범위’를 넘어서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한 뒤 ‘다수 집회’ 신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사실상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공동대책위 명의로 관할 경찰서에 매일 20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신고하고 있다.

A씨 외에 K사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B씨, S병원 정문 앞에서 역시 1인 시위를 진행중인 C씨 등도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명인간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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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모 기업 사옥 앞 [사진출처=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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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집회를 1인 시위로 가장하는 사례도 있다. 별도 사전 신고의무가 없는데다 장소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다른 집회가 신고된 곳에서도 시위를 열 수 있어서다.

지난 2012년 삼성일반노조는 다른 집회가 신고돼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없게 되자, 최대 30미터 간격을 두고 각자 피켓을 들고 서있는 방식으로 시위를 강행했다.

노조 측은 자발적 1인 시위를 주장했으나 당시 사용된 피켓은 모두 노조가 제작했다. 참가자들은 사전 연락을 통해 목적과 방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시법상 소음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인 시위를 가장하는 사례도 있다. 소음을 통해 시위 대상에게 고통과 불편을 끼치려는 경우에 주로 활용되는 수법이다.

지난해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진 시위가 대표적이다. 경찰이 인근 주민들의 사생활 평온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제한했지만 참여자들은 1인 시위라고 주장하며 강행했다.

1인 시위는 주간 평균 75데시벨(dB), 야간 평균 65데시벨로 규정된 집시법 상 소음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밤낮으로 최고 90데시벨을 넘는 고성과 욕설에 시달린 인근 주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크게 입었다.

◆현장 감독강화 및 최소한의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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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모 기업 인근 [사진출처=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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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일으키는 꼼수 1인 시위를 막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변칙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1인 시위에 대해서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무분별한 1인 시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영국은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규제를 최소화해온 대표적인 국가로 꼽혔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집회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심각해지면서 실효성 있게 법을 개정했다.

영국 ‘경찰, 범죄,양 형 및 법원에 관한 법률’(PCSCA)에 따르면 1인 시위자가 발생시키는 소음이 주변 기관 또는 단체 활동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 경찰은 해당 시위를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부과된 1인 시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당사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위법적인 1인 시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는 “관할 지자체 등이 실제 집회 참여인원 확인 등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집회 개최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집회 결사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중 1인 시위’ 또는 ‘편법 집회 신고’ 등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변칙 1인 시위로 고통받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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