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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김명수 대법원 교체 시작, 사법부 흑역사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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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추천위가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후보 8명을 선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들 중 2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이 인사가 끝나면 김 대법원장도 오는 9월 퇴임하고, 내년에도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윤 대통령 임기 안에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14명 중 13명이 바뀌게 된다. 대법원 교체와 같다.

김명수 사법부 6년은 ‘사법의 흑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권력 비리 재판에서 정권 측에 불리하게 판결한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냈다. 대법원도 대법관 14명 중 7명을 우리법·인권법, 민변 출신으로 채웠다. 특정 성향 출신이 사법부를 이처럼 장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 속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대법원은 ‘TV 토론에서 한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판결을 놓고 대장동 업자가 대법관을 상대로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있다. 사실이라면 대법원이 문을 닫아야 할 사태다.

하급심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을 맡았던 우리법 출신 판사는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20년 1월 기소된 이 사건은 아직도 1심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면죄부성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5개월이 걸렸다.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도 3년 2개월 걸렸다. 판사가 정권 편에 서지 않았다면 이럴 수 있는가.

김 대법원장 스스로도 지난 정권 때 민주당이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후배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민주당에 잘 보이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래 놓고 사표 수리 거부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의 측근 판사들은 법복을 벗자마자 청와대 비서관이 됐고, 전임 사법부의 ‘사법 농단’을 고발했다는 판사들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겉으론 사법 개혁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사법부 독립을 짓밟은 것이다.

사법 행정도 엉망이었다. 김 대법원장 재임 5년간 전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로, 형사소송은 2배로 늘었다. 그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판사들이 법원장을 투표로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판사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탓이 크다. 판사들 ‘워라밸’은 좋아졌지만 재판 지연으로 국민 고통은 더 늘어났다.

법원은 공정과 중립이 생명이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이 딛고 서야 할 그 토대가 김명수 사법부에선 다 무너졌다. 이번 대법관 인사가 신뢰를 잃은 사법부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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