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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간 엿보기] 새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통찰'...'조(鳥)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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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정식 |294쪽 | 자연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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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류학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 서로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연과 생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곤충과 새, 철강산업, 기후변화, 인간의 삶도 알고 보면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조(鳥)선생’에서는 새들과 기후 변화를 강조했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 21종을 자연과학적 관찰과 인문학적 통찰로 흥미롭게 서술하는 신간 ‘조(鳥)선생’이 출간됐다.

저자 곽정식은 2021년 한자에 벌레 충(蟲) 자가 들어간 곤충 21종을 소재로 삶의 곡진한 이야기를 따뜻한 문체로 담아낸 이전 저작 ‘충(蟲)선생’에 이어 이번엔 새와 함께 돌아왔다.

저자는 우리 마음속에서 친숙하게 존재하지 않는 벌레와 새가 인간 나아가 지구와 온 우주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해왔다. 이번에 출간된 ‘조선생’은 멸종위기의 생물의 종 보존이라는 지구적 담론을 새를 통해 인류와 새의 공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조선생’에서 저자는 동서양의 문학·역사·철학의 기초 위에 자연과 생명의 귀중함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전 저작 ‘충선생’ 선생과 마찬가지로 ‘조선생’ 역시 특유의 섬세한 자연과학적 관찰과 폭넓은 인문학적 묘사로 에세이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요즈음 문단에 시와 소설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이렇다 할 에세이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가운데 ‘조선생’과 저자 곽정식의 발견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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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간과 새가 풍요로운 자연에서 오순도순 지내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글에는 따뜻함이 묻어있다.

겨울을 난 참새가 작은 몸뚱아리로 마당에 떨어진 몇 톨의 낱알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신 할머니가 뒤주에서 귀한 쌀 한 움큼을 집어 참새들에게 주라고 어린 손녀에게 쥐어 주셨던 이야기나, 초여름 냇가에서는 긴 부리를 가진 백로가 고개를 숙여 논에서 미꾸라지를 물어 허공에 목을 펴서 넘기던 장면을 추억하기도 하고, 늦가을 황혼 녘 지평선 끝에 작은 점들로 보이던 가창오리 떼가 파도처럼 너울대는가 싶더니 변화무쌍한 구름으로 변하여 군무를 시작하던 기억을 지금 이 순간의 풍경처럼 아름답게 묘사했다.

이러한 생생한 추억은 그저 묘사에 그치지 않고 까치, 까마귀, 참새를 포함하여 외국에서 건너온 앵무새는 물론 공작, 칠면조, 타조와 같은 외래 조나 제비, 뻐꾸기, 독수리 같은 철새 새들의 이야기 곳곳에 친근하게 스며들어 있다.

새의 생태적 특징이라는 자연 과학적 소재를 택하였지만 한 마리의 새 이야기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이렇게 21마리의 새를 따라 책을 읽어가다 보면 오대양 육대주의 새들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한 느낌이 마저 든다.

아울러, ‘조선생’에는 일반적으로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세계 각지의 새와 관련된 표현이나 역사에 대해 저자가 직접 현지인들과 인터뷰하여 기술한 내용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각종의 새를 바라보는 한중일을 비롯하여 세계인들이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주요 특징이다.

예컨대 까마귀는 ‘오합지졸’(烏合之卒·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인 병졸)이라는 말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만, 중국 진(晉)나라의 이밀이 쓴 '진정표'(陳情表)에서는 ‘반포지효’(反哺之孝·까마귀 새끼가 자란 후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를 실천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로 재미나 교훈, 지식의 획득 등을 꼽는다. 이 책 ‘조(鳥)선생’에서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교훈과 지식을 함께 얻어갈 수 있다.

저자 곽정식은 늘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에 대한 감수성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학교에서는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했고 포스코에서 35년을 근무했다. 그 외에도 스위스 소재 UN과 지방정부에서도 수년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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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전성민 기자 ba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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