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형유산원의 ‘작업 무용극’ <생각하는 손>은 장인의 공예 작업과 이를 몸으로 표현하는 현대무용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다.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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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빚는 손길은 쉴 새 없고, 물레 돌리는 발길은 멈출 줄 모른다. 뒤편에선 무용수들이 장인(匠人)의 도예 공정을 현대무용 춤사위로 표현한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제작한 ‘작업 무용극’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은 실제 공예 작업과 이를 몸으로 구현하는 춤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다. 6월 3~4일 서울 국립국악원 공연에 이어 오는 9월엔 ‘장인(마이스터·Meister)정신’의 나라 독일 베를린 무대에도 올린다. 지난해 무형유산원이 있는 전주에서 초연한 공연을 일부 개작했다.
1막의 주인공은 국내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沙器匠)’ 보유자 김정옥(82) 장인. 사기장이란 조선 왕실이 사용하던 그릇을 제작하던 장인을 말한다. 영조 때부터 300년 동안 대를 끊기지 않고 백자 기법을 전승해온 ‘영남요 7대 명장’이다. 이번 공연에선 아들 김경식(사기장 전승교육사)과 손자 김지훈(사기장 이수자) 등 3대가 함께 그릇을 빚는다. 9대째 이어지는 영남요는 전기를 쓰지 않는 발 물레를 고집한다. 대를 이어 손과 발에 축적된 무형의 기예를 그대로 전수하기 위해서다.
‘영남요 장인 3대’가 찻사발과 달항아리를 빚어내는 동안, 무대 뒤쪽에선 안무가 김용걸과 무용수들이 도예 만드는 과정을 몸으로 형상화한다. 황톳빛으로 휘감은 춤꾼들은 크고 작은 동작으로 모이거나 흩어지며 무형의 흙덩어리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 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팽이처럼 빙빙 도는 발레의 ‘피루엣’ 동작은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와 닮았다. 안무가 김용걸은 “장인들의 공예 작업을 더욱 부각하려고 동작과 구성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장인의 작업과 현대무용을 같은 무대에서 풀어내는 ‘작업 무용극’ <생각하는 손>은 오는 6월 3~4일 서울에 이어 9월엔 독일 베를린에서도 공연한다.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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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은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보유자 김혜순(79)의 장인의 차례다. 실과 끈을 엮거나 맺고, 짜거나 조여 다양한 물품에 쓰일 매듭을 만드는 장인이 매듭장이다. 김혜순 장인이 실을 감아 끈을 만들고, 끈틀에 돌려 매듭으로 엮어내는 동안 무용수들은 이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형형색색의 실과 끈,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다채로운 빛깔들이 무대를 화려한 색의 향연으로 물들인다.
공연 제목 ‘생각하는 손’은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유명한 저작 <장인>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세넷은 이 책에서 “만드는 일이 곧 생각의 과정”이라며 ‘장인’에게서 신체적이고 기능적인 모습만 떠올리는 통념을 깨트렸다.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1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김희정 상명대 교수는 “김정옥 사기장이 들려준 흙 이기는 소리와 물레 소리, 숨소리 그리고 김혜순 매듭장인 보여준 끈틀 위에서 리드미컬하게 춤추는 실타래를 통해 공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독일 등 유럽 공연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무대는 박동우 홍익대 교수, 음악은 정순도 상명대 교수가 각각 맡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국내 유일의 ‘사기장(沙器匠)’ 보유자 김정옥(82) 장인이 그릇을 빚는 동안 이를 무용으로 표현하는 이색 공연 <생각하는 공연>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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