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으로 꼭대기 층이 검게 그을린 모스크바 아파트 건물.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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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30일(현지시간) 동시 다발 무인기(드론) 공격이 행해져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대반격’을 예고한 우크라이나를 공격 배후로 지목했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미국 CNN방송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모스크바 남서쪽의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와 프로프소유즈나야 거리 등에서 주거용 건물 여러 채가 드론의 공격을 받아 일부 파손되고 시민 몇 명이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
당시 현장 근처에 있던 리아노보스티통신 소속 기자는 “천둥소리와 비슷한 폭발음이 세게 들렸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이 놀라서 대피했고, 구조대가 긴급 파견돼 사태 수습에 나섰다. 러시아 관영매체 타스는 “건물 주변에서 드론 파편처럼 보이는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이번 공격은 ‘특별군사작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집무 중”이라며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30일 모스크바 인근 그라스노고르스크 일리인카 마을 상공을 나는 드론. [타스=연합뉴스] |
반면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물론 우리는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공격의 증가를 지켜보고, 예상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드론은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서남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내 최전선부터 모스크바까지는 약 500㎞다. 러시아 인터넷매체 바자는 “드론 약 25대가 공격에 가담했다”면서 “일부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격추됐고, 일부는 나무나 전선에 걸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드론 8대가 모스크바로 향했으며 이 중 3대를 러시아군이 전자전으로 제압했고, 다른 5대는 판치르-S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남서부 아파트 단지에 떨어진 드론 잔해. 이날 모스크바에 동시 다발 드론 공격으로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됐다. [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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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회의원 막심 이바노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공격 이후 모스크바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라며 “이제 어떤 시민도 (모스크바 주거지가 공격당하는) ‘새로운 현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날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러시아는 키이우 건립 기념일인 ‘키이우의 날’(28일)을 기점으로 사흘째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퍼부었다. 공격은 30일에도 이어져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오전에만 키이우를 노린 드론 31대 중 29대를 격추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에 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9일 “대반격 시기를 결정했다”고 공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일 밤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드론 두 대가 날아들었으나 방공망에 격추됐다는 러시아 측 발표가 있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노리고 우크라이나 측이 벌인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 측 자작극설도 제기됐지만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이를 우크라이나군의 특수작전으로 파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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