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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위험 수위 치닫는 ‘발칸 화약고’ 코소보…나토 평화유지군 ·세르비아계 시위대 충돌로 수십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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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소보 즈베찬에서 29일(현지시간)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알바니아계 시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시청에 진입하려는 것을 코소보 경찰이 막고 있다. 이날 시위는 시위대와 나토 평화유지군 간 충돌로 이어졌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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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에서 민족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위로 올라오고 있다. 코소보 북부에서 시청 을 경비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평화유지군 병력이 세르비아계 시위대와 충돌해 부상을 입었다. 세르비아 대통령은 군대에 최고 수준의 전투경계를 발령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코소보 경찰과 함께 이들을 해산시키려던 나토 평화유지군 병력과 몸싸움이 벌어져 수십명이 다쳤다. 평화유지군은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 파견된 장병을 포함해 25명이 다쳤고 3명은 골절과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나토는 성명을 내고 “평화유지군을 상대로 한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면서 “이러한 공격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으며, 폭력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인 52명이 다쳤고 3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1명은 (알바니아계 주민들로 이뤄진) 특수부대에 의해 2발의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경찰이 시위 해산에 최루탄을 사용했고 전했다.

평화유지군은 처음에는 시위대와 코소보 경찰을 분리시키려 했으나 나중에는 곤봉을 들고 직접 시위 진압에 뛰어들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즈베찬에서 시위대가 나토 병사들에게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던지고 나토 차량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표식인 “Z”를 새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즈베찬은 코소보가 관할 중인 북부 4개 지역 중 한 곳이다. 충돌은 지난 26일 동일 지역에서 벌어진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코소보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벌어졌다. 코소보 지역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지난해 ‘자동차 번호판 갈등’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소보는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칸반도의 작은 내륙 국가이다. 92%가 알바니아계 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1990년대 초 유고연방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이 독립을 선언하며 세르비아가 주도한 유고슬라비아 연방과 내전을 벌이자 이에 자극받은 코소보도 독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1998~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인종청소를 벌여 3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나토가 1999년 세르비아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여 내전은 일단락됐다. 이후 나토 평화유지군은 코소보에 남아 치안을 돕고 있다. 나토 공습의 정당성을 두고 유럽 내에서도 큰 논쟁이 있었다.

코소보의 국제법적 지위는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독립 대신 세르비아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이 지역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자치를 요구하고 있다. 2013년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이 지역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코소보와 세르비아 정부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 조치 이행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소보 정부가 지난해 세르비아에서 발급된 자동차 번호판을 현지 정부가 발급한 것으로 교체하라고 명령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반발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2013년 합의 준수를 요구하며 지난달 북부 4개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투표를 거부했다. 그 결과 3.5%의 투표율로 알바니아계 후보가 시장직을 휩쓸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시장 출근을 처지하려 하면서 이번 충돌로 이어졌다.

최근 코소보 내 민족 갈등에는 세르비아 정부의 지원이 있고, 그 뒤에는 러시아가 있다는 의심도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내 분쟁에서 세르비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코소보 내 갈등 상황에 대해 “코소보 정부가 근거 없는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사와 EU 특사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알바니아계 시장들을 프리슈티나에서 회의에 소집해 인종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해 경고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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