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메모리얼데이 휴일을 보내려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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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자신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찬성, 상대는 F-16 전투기 판매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20년 집권을 5년 더 연장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국 등 서구와 관계는 우선 이 두 문제를 어떻게 타협할 것인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과 당선을 축하하는 통화를 했다고 밝히면서 “그는 F-16 문제의 해결을 여전히 원한다. 나는 스웨덴에 대한 합의를 원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음주에 더 많이 대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사이의 주요 현안인 이 두 문제를 맞바꾸는 거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해 미국의 대러 제재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F-16 판매 계획을 취소했다. 튀르키예가 S-400을 운용하면 러시아가 F-16의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도 댔다. 튀르키예와 F-35 전투기 공동 개발 계획도 취소했다. 튀르키예는 S-400 구매를 강행했고,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들 중 하나로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와의 무역을 강화하는 튀르키예를 달래려고 F-16 판매 계획을 다시 꺼냈다. F-16 40대를 인도하고 기존 F-16의 성능을 개량하는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계획을 재추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기 판매 승인에 열쇠를 쥔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제법을 약화시키고, 인권을 무시하고, 이웃 나토 동맹국(그리스)을 위협하는 행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힌 스웨덴이 튀르키예 내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쿠르드족 망명자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토권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함께 나토 합류 의사를 밝힌 핀란드의 가입은 찬성해 지난 4월 핀란드를 31번째 회원국으로 만들어줬다. 미국 의회는 튀르키예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동의한 직후 튀르키예가 보유한 F-16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한 2억5900만달러짜리 계약만 승인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전체가 찬성해야 하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도 아직까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튀르키예에 대한 F-16 판매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별개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튀르키예 정부는 이들이 F-16 판매와 관련해 의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할 것을 종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다음달 중순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때까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통화에서 “양국 관계와 지역 문제에 대한 관계 발전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이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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