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3.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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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이 임박했다. 면직이 현실화하면 5명 정원의 방통위 상임위원은 3명이 된다. 다만 장기간 파행이 이어진 만큼, 오히려 '식물 방통위'를 빠르게 벗어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혁신처의 청문조서가 대통령실로 넘어오는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진행된 TV조선 등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방통위 관계자,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 등과 공모해 TV조선 재승인 평가점수를 누설하고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는 이런 혐의로 기소된 만큼 현직 방통위원장으로서 하자가 있다고 보고 면직 절차를 진행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재가는 늦어도 이번 주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위원장은 면직 절차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그는 "방통위원장 지위에 대해서는 방통위 설치법에서 엄격하게 신분보장 제도를 두고 있다"며 "단순히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면직 처분을 진행한다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신분보장 제도 취지에 따라 (향후 면직 등) 행정처분이 행해진다면 저로선 그에 맞는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면직의 효력을 중지하는 집행 정지 신청, 면직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오히려 방통위의 정상화를 위해 한 위원장의 면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한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방통위 자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양심도 없이 그런 (신상 관련) 발언하는 자체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던 한 위원장은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로부터 '국무회의 참여 불가' 통보를 받았고 대면 업무보고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도 파행 운영을 거듭했다. 상임위원 5명이 모두 참석했던 방통위 전체 회의는 지난 3월 21일이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도 안건은 'TV조선 4년간 재승인' 의결이었다.
같은 달 30일 안형환 상임위원, 지난달 5일에는 김창룡 상임위원이 차례로 물러났다. 이달 4일 김창룡 전 위원의 후임으로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몫)이 임명됐다. 안형환 위원의 후임으로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재가하지 않고 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2달여가 흘렀지만, 방통위는 상임위원 간 대면이 아닌 서면회의로 대체됐다. 방통위 사무처가 안건을 각 상임위원에 보고하면, 이에 대해 각 상임위원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약식인 탓에 중요 안건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무는 물론 방통위 인사도 정체돼 있다. 방통위의 최고위직인 사무처장은 올해 1월 최성호 전 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공석이다. 배중섭 기획조정관이 사무처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연쇄로 방통위 국·과장 인사도 막혀 있다. 결국 한 위원장을 비롯한 '5기 방통위' 체제에선 방통위의 난맥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관심은 차기 방통위원장에 쏠린다. 관가에선 김후곤 전 검사장,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한 위원장이 면직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한 위원장은 7월 말 임기 만료 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 김효재·김현 위원의 임기 만료는 오는 8월23일이다. 결국 8월 하순이 돼야 새로운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자리 잡는 '6기 방통위'가 출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 3개월가량 '식물' 방통위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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