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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1000조 넘은 자영업자 코로나 대출... 정부·금융당국, 부채처리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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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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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거치면서 10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채 처리를 놓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사인 간의 거래'에 재정투입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할 정도로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다만 재정투입을 않고 부실화를 막을 방안을 찾는 게 쟁점이다. 부채탕감 등의 조치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고 건전재정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도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28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푼 대출은 6개월 단위로 만기를 5차례 연장했다. 유예기간을 거치면서도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 되레 2019년 말 685조원 수준이었던 소상공인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1020조원가량으로 늘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부채탕감 조치 등 구제책 촉구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20%에 이르는 등 부채의 질이 나쁜 상태로, 미국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수준의 적극적인 구제책을 요구했다. 미국은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대출금 전부 또는 일부 상환을 면제하고 있다.

선제적 탕감조치는 국가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다. 코로나, 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성으로 인한 서민 피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에 지원하되 건전재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깡통전세'나 'SG증권발 주가폭락'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인 간의 거래에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도 부채상황이 탕감조치까지 고려할 정도로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가구 중 69.1%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에 분포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으로도 자영업가구의 86.8%는 100% 이하에 분포해 최악의 경우에도 자산처분을 통한 부채 청산이 가능하다. 2월 고위험군 비중도 5% 수준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소폭 증가했지만 이 또한 장기평균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정부 입장도 9월까지 금융시장을 더 지켜보겠다는 쪽에 가깝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상환유예 종료에 대해 "자영업자와 금융권에 모두 충격이 없게 연착륙하는 방안을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구제에 대한 여론도 마냥 곱지 않다. 서민 피해사례에 결국 정부가 나서는 것이 반복되는 모양새라서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7000억원 수준의 차환 실패를 앞뒀던 둔촌주공아파트는 결국 채권시장안정펀드 형태로 정부지원을 받았고, 전세사기 역시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간 협의를 통해 정부 예산지원을 검토 중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선택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에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환유예를 연장하거나 부채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선에서 구제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책이 선심성 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영업자가 망해서 극빈곤층이 되면 오히려 더 많은 복지지출을 야기한다"며 "적절한 수준의 구제책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도덕적 해이로 흐를 수 있는 재정투입은 지양해야 한다"며 "재정부담이 없는 선에서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의 유예 연장은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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