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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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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근 경북인재개발원장, 한지정책 제안 담은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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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근 지음/ 선출판사/ 2만5000원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는 박후근 경북인재개발원 원장이 7년간 발로 뛰어 연구한 전통 한지의 현황과 문제점, 바람직한 한지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세계일보

저자 박후근 경북인재개발원 원장은 ”전통한지의 품질표준화와 공공부문 사용의무화와 같은 전통한지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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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내 최고의 한지정책 전문가로 불린다. 박 원장은 2014년 국가기록원 서기관 시절 한지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당시 행정안전부가 정부포상 증서의 보존성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일반 양지’를 ‘전통한지’로 바꾸도록 했으나 ‘100% 국산’ 닥으로 만든 한국 고유의 전통한지가 없는 점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기록용 한지 연구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전통 한지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에 따르면 한지를 만드는 재료와 기법이 한국 고유의 것과 관계가 멀었다. 대부분이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화된 것이었다.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가 만든 종이와 조선시대에 만든 종이를 비교해보니 현대에 만든 한지의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이때부터 전통 한지와 한지정책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 상훈담당관으로 일하면서 정부포상증서에 사용되는 한지의 규모를 늘렸고 품질을 향상하는데 기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통한지 진흥정책 연구 : 정책 도구 이론의 적용’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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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근 지음/ 선출판사/ 2만5000원


저자는 책에서 전국의 한지마을 찾아 발로 뛰며 파헤친 10가지의 전통 한지의 현황과 문제점이 제기하고 있다. ➀전통한지업체 폐업이 지속하여, 업체 수가 1996년 64개에서 2021년 19개로 감소했다. ➁한지에 관한 개별법이 없고, 한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정의’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전주시·의령군·안동시에서는 ‘전통한지’와 ‘지역 한지’를 다르게 정의하여 ‘수입산 닥 사용’ 및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만든 종이도, 한지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➂2021년 정부의 한지 실태 조사에서는 국내산 닥이 아닌 수입산 닥,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것까지도 한지에 포함했다. ➃KS(한국산업규격)의 한지 품질규격은 부실한 데다 2006년 이후 등록업체가 한 군데도 없다. ➄창덕궁을 비롯한 4대 궁궐 창호 지에 한지를 일부만 사용했다. 공공부문의 한지 사용은 행정안전부의 정부포상 증서를 비롯한 일부 외에는 찾기 어렵다. ➅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341억 원의 국고보조금, 지방비가 한지에 집행됐지만, 전국 19개 한 지 업체에 지원된 금액은 7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➆한지가 이탈리아와 루브르 박물관 등에 문화재 수리·복원용으로 인증됐다는 보도자료와 언론기사가 있었지만 뚜렷한 수출 성과는 없다. 국내 지류문화재 수리용 한지의 품질 규정이 없다. ➇과학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 제조한 최고 품질의 한지는 200년 이상 보존된 정조 친필편지에 사용된 한지보다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➈실생활에서 전통 한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전통한지는 역사와 박 물관에서만 존재한다. ➉산림청 등 관련 부처에서는 닥나무의 섬유 특성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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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완주 대승 한지마을 도침작업 후 늘어 말리고 있는 한지. 저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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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더불어 전통한지 진흥을 위한 6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➀전통한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기초 통계조사를 해야 한다. 한지의 주원료를 ‘국내산 닥’으로 하고, 제조기술은 ‘손으로 만든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 ➁전통한지 품질의 표준화를 도모해야 한다. ➂공공부문에서의 전통한지 사용 의무화가 도입되어야 한다. ➃한지 품질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➄기록용·서화용으로 한지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국고보조금 집행액 중 일정 부분(10% 이상) 만이라도 전통 한지 소비 진작에 사용돼야 한다. ➅전통한지 진흥을 위해 부처별 노력과 범 정부적인 협업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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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안동 한지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박 원장. 저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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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지금이야말로 한지의 정의를 새로 정립하고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고려지·조선지 수준 이상으로 품질을 높여 한지가 세계 최고의 종이로 자리매김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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