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2 (수)

돈봉투 수사 예견했나…검찰 '선제 증거인멸' 정황 포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관석, 이성만(오른쪽) 의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들이 수사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달 24일 무소속 윤관석(63)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압수수색 직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을 증거인멸 정황으로 기재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윤 의원의 주거지 등 20여 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수사를 공식 개시했는데, 당시 검찰이 확보한 윤 의원 휴대전화는 직전에 교체해 메시지 등이 저장되지 않은 이른바 '깡통폰'이었다고 합니다.

윤 의원이 압수수색 전부터 공범인 강래구(58·구속)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말맞추기를 한 사실도 구속 필요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무소속 이성만(62) 의원 역시 휴대전화를 몇 달 전 새로 바꾼 상태였다고 합니다.

검찰은 송영길(60)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내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 혹은 교체된 시점도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첫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이전이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 시기는 먹사연과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박 모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난 시점(3월 말∼4월 초)과도 맞물립니다.

현재 박 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검찰은 공식 수사 개시 전부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윤 의원 등 피의자들이 머지않아 수사가 닥쳐올 것으로 보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정근(61·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가에게 10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그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이 씨가 친분을 내세운 야권 유력 인사로 송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검찰이 이 씨가 야권 인사들과 나눈 통화 녹음이 담긴 휴대전화를 추가로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올해 3월 초에는 강 씨와 이 씨의 통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22일 송 전 대표가 귀국 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도 주목합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3만여 개의 녹취파일이 검찰에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관련자 조사가 시작됐다"며 "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검찰에서 나를 소환하든지 조사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12월) 파리로 출국할 때까지 아무런 소환조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송 전 대표가 이 씨가 고리가 되는 검찰 수사를 짐작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송 전 대표는 파리로 출국한 뒤 국내에서 쓰던 휴대전화를 현지에서 폐기했습니다.

현지에서는 대학이 제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 반납했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에는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측은 "프랑스에서 국내 회선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해지하고 버린 것이며 시기도 수사 대상에 오르기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이라며 증거 인멸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자료 폐기 행위 등이 용인될 수 있는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고 더 이상의 증거 인멸 시도를 차단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윤 의원과 이 의원 구속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오늘 대통령 재가를 받아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체포동의안은 30일 본회의에 보고돼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표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