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웃도는 5월 날씨에 벌써 걱정
쪽방촌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 아껴"
평년보다 더울지도…이른 폭염 세계적
지난 16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5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월23일에 처음으로 30도를 넘어섰는데 일주일 정도 더위가 빨리 찾아온 셈이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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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황지향·이장원 인턴기자] 25일 정오 서울 광화문,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강렬한 햇볕이 쏟아졌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8도까지 올랐다. 양복바지에 반소매 셔츠. 직장인들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졌다. 점심을 먹으러 가던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펄펄 끓는 국밥보다는 시원한 냉면이 당긴다. 벌써 한여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천은 이른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철환(75) 씨와 이영미(68) 씨 부부는 청계천 다리 밑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남편 김씨는 "집에서 에어컨도 틀고 하는데 밖에 나와서 바깥바람 맞으면서 (더위를 피하려고 한다). 옛날에는 (5월이 되면) 맑고 바람도 신선하게 불고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여느 해보다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지난 16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5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월23일에 처음으로 30도를 넘어섰는데 일주일 정도 더위가 빨리 찾아온 셈이다.
이번 5월 더위는 일본 남쪽 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남서풍 유입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6일에는 강원 강릉의 최고기온이 35.5도까지 오르면서 관측 이래 5월 기온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8일부터는 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올해는 유독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각각 40%다.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10개 기상청 및 관계기관의 기후예측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6~8월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4~64%로 나타났다. 북태평양과 동아시아 지역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기온이 높아진다는 예상이다.
지난 16일에는 강원 강릉의 최고기온이 35.5도까지 오르면서 관측 이래 5월 기온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8일부터는 한풀 꺾였지만, 올해는 유독 더위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종로구 청계천.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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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쪽방촌 주민들에게 더위는 불청객이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자 뜨겁고 무거운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주민들은 집 안에서 나와 연신 부채를 부치며 땀을 식혔다. 집 구조상 에어컨 설치가 어렵다는 홍모(59) 씨는 "그래도 창문을 열면 나무가 앞에 있어서 선풍기를 틀면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70대 여성 조모 씨도 폭염이 부담스럽다. 올해 더위가 걱정돼 선풍기를 새로 장만했다. 8년 된 에어컨도 있지만 전기세 고지서가 무서워 켜지 않는다. 올해는 더욱 안 켜려고 한다. 조씨는 "요즘 진짜 덥다. 그래도 (냉방기기를) 잘 안 튼다. 올해는 또 전기세까지 오른다니까"라며 "이 동네 사람들 다 이렇게 지낸다. 아예 에어컨이 없는 집도 많다. 그래도 올해는 많이 덥다니까 조금씩 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른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 리모콘은 아예 집주인 차지일 때도 있다. 40대 남성 A씨는 "주인이 에어컨 리모컨을 가지고 있다. 처음 설치될 때만 잠깐씩 틀어줬다.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며 "없으면 아예 포기하겠지만 안 틀어주니까 더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B씨도 "주인집하고 트러블 생기면 골치아프니까 이야기를 안 한다. 전기세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힘들다. 그래도 나름대로 더위를 피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C씨는 "날이 너무 더워서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밖에 나왔다. 전기세가 아까워서 잘 켜지 않는다. 그늘에 앉아서 바람을 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처음 5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후 5~10월까지 더위가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이른 폭염은 기후변화가 부른 세계적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겨울철이 5개월, 여름이 3개월 정도여서 한국은 겨울 중심의 나라라고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여름이 굉장히 길어졌다"며 "제트기류의 북쪽은 찬 공기 영역이고, 남쪽은 뜨거운 공기의 영역인데 찬 공기 세력이 약해지면서 남쪽 공기가 북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추웠던 지역이 더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각각 40%다.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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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 때문에 올해와 내년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정도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바닷물 온도 변화에 따라 기온도 달라진다. 슈퍼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는 등 상승 폭이 클 때를 일컫는다. 슈퍼엘니뇨가 발생한 2016년은 역대급 더위로 평가된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엘니뇨는 원래 3~5년에 한 번씩 오는데 평소보다 2~3배가 강하면 슈퍼엘니뇨라고 한다. 1982년, 1997년, 2015년 이렇게 슈퍼엘니뇨가 15년마다 한 번씩 왔다. 올해는 8년 만에 오는 쪽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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