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러시아 전투기 Su-27.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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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과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발트해 상공에서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하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탐지됐다”며 “영공 침입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7이 출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미군 폭격기의 영공 접근을 막은 뒤 기지로 귀환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이날 미군 전략폭격기가 러시아 전투기로부터 방해를 받은 점을 인정하면서 “B-1B는 유럽에서 오래 전에 계획된 훈련에 참여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전투기와 대치한 B-1B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주요 전략 자산이다. 마하 2가 넘는 초음속으로 비행해 전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수 시간 내 도달할 수 있고, 재급유 없이 대륙 간 비행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적재량을 지닌 폭격기로, 폭탄의 최대 적재량은 60t에 달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춰 10㎞ 밖에서도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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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러시아 전투기 대치 빈번
발트해에서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대치한 것은 불과 두 달 만이다. 앞서 지난 3월 15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에서 비행하던 미 공군의 무인 드론(MQ-9 리퍼)의 프로펠러를 러시아 군용기 Su-27이 들이받아 추락시키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미국의 무인드론 MQ-9 리퍼.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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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뒤인 3월 20일엔 미 공군의 폭격기 B-52H가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을 향해 접근하다 Su-35가 이륙하자 멀어졌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이달 초엔 독일 정찰용 군용기인 오리온 초계기 P-3C와 프랑스 해군 소속 대잠초계기 애틀랜틱-2RK Su-27가 러시아 전투기와 대치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미국을 포함한 나토가 최근 러시아 영공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사실상 매일 흑해 상공에 전투기를 파견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보 수집을 위한 활동인 동시에, 나토가 러시아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역시 수년간 유럽 영공 인근에 지속적으로 군용기를 보내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 공군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가운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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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F-16 지원 시사…러 "핵종말" 위협
서방과 러시아의 상공 대치가 빈번해진 가운데, 나토는 우크라이나 조종사에 대한 미국산 F-16 전투기 조종 훈련 돌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조종 훈련 지원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이는 특정 국면에서 실제 전투기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F-16 전투기 인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리(나토)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돕는 것이며, 이는 나토와 나토 동맹국이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확전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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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F-16 전투기를 비롯해 4세대 전투기에 대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훈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F-16 전투기 자체를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한다는 확약은 없었지만, 이 역시 F-16 전투기 지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됐다.
이같은 서방의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난했다.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더 많은 무기가 공급될수록 세계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며 “이런 무기가 더 파괴적일수록 흔히 ‘핵으로 인한 종말’로 불리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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