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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고용부 "노조 회계 공시 의무에 취업자 88%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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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불필요하다" 11.7% 그쳐
정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계획
양대노총 반발..."설문 의도부터 문제"
한국일보

이정식(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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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히며 '국민의 공감대'를 근거로 제시했다. 세액공제를 받는 다른 기부금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노조도 회계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에서 "노조가 사실상 국민 세금을 지원 받고 있으므로, 이에 상응해 노조도 공공성·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른 기부금 단체와 같이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번 대책의 근거로 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3일간 모바일 웹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8.3%는 "다른 기부금 단체처럼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답변(11.7%)의 8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다.

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186명 중 160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의견 수렴에서는 노조 운영 상황을 우려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 중 48.1%는 노조에서 조합비를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율(46.3%)을 조금 앞섰다. 공시를 요건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합원 중 89.4%가 찬성했으며, 노조가 공시를 거부할 경우 조합원이 스스로 노조에 공시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66.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노조 회계 미공시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더라도 조합비는 계속 납부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이 61.3%로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응답자(38.8%)보다 많았다.

고용부는 별도의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양대노총이 이런 기조에 반발하고 있고, 여당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은 만큼 연내 법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는데, 같은 논리로 모든 기업이 회계공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규제라고 반발할 것 아닌가"라며 "노조가 세제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노조가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조사 의도 자체가 노조를 부패 비리 집단으로 몰고 노조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런 설문조사에 세금을 썼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 회계 투명성은 조합원의 알권리와 신뢰에 기반한 자주성과 민주성의 필수 전제로, 그렇지 않은 노조에 국민 세금이 쓰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해 노조 회계 투명성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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