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전기요금 부담 전년比 21% 늘어"
소공연 "소상공인 에너지요금 부과체계 개편해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더위 관련 뉴스가 거울에 비치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 "장사는 안 되는데 가스요금도 오르고 전기요금도 오르고, 나갈 돈만 많아지네요. 올 여름이 걱정입니다. 인건비도 그렇고. 그동안 임대료 때문에 해왔던 24시간 영업은 더이상 어려울 것 같아요."
#. "한여름이 되면 PC방인데도 24시간 영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되지만, 하루 종일 더운 7~8월이 되면 손님이 적은 새벽에 에어컨을 가동했다가 되레 적자를 볼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새벽 2시부터 아침 7~8시까지는 문 닫아야 될 것 같아요."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업종 종사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손님 수가 적은 평일 새벽에도 영업해온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발생하는 전기 및 가스비 부담이 똑같다는 이유로 24시간 영업 체계를 주간영업 체계로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에너지요금 인상 부담에 한숨부터 나온다고 호소했다. 그는 "하루 종일 국을 팔팔 끓여야 하다 보니 봄만 돼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야 한다"며 "올해는 갑자기 더워져서 더 일찍 에어컨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1분기에 이어 2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엔데믹 선언에도 매출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금리, 고물가까지 여전한 가운데 에너지비용 부담이 커지며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5.3%) 인상했다. 산자부는 앞서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최고·최대치인 ㎾h당 13.1원 올린 바 있다. 지난해에도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h당 19.3원 상향 조정했다.
전기요금이 역대급으로 올랐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 영등포 한식집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지난주부터 에어컨을 틀고 있다. 룸에 계신 손님(고객)들이 에어컨을 켜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는 전체를 냉방 중"이라며 "메인(메뉴)이 탕, 국이어서 가게가 더우면 잘 안 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3월 전국 외식업체 2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월 업체당 월 평균 전기요금은 80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66만5000원) 대비 21.1% 늘었다.
이 기간 업체당 전기 사용량은 7324kWh로 4.8% 줄었다. 전기요금이 부담이 늘었다고 답한 업체는 전체의 96%였다. 변화없음이 3%, 감소함 1%다.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부담이 늘었지만 이렇다 할 대처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커피전문점을 하는 김모씨(40대)는 "배달비, 인건비 등 나갈 돈은 많은데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니 부담"이라며 "그렇다고 냉방을 안 할 수도 없다. 방법은 가격인상 정도인데 손님이 떠날까 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 스터디카페의 부담이 크다. 이들 점포는 새벽에도 불을 켜야 하고, 냉장고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날씨가 더워지면 추가로 냉방을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편의점 점주 A씨는 "작년에도 이미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다. 월 부담이 한 30만~40만원 늘어났었다"며 "올해 가격이 또 올라서 최소 10만~20만원 정도는 더 올라갈 것 같다. 자영업자는 죽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PC방 사장 B씨는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대출이자에 장사도 안 돼 죽겠는데 전기·가스 요금까지 계속 오르니 숨이 턱 막힌다"며 "각종 비용은 치솟고 불황에 손님은 없어 사실상 폐업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에너지요금 부과 체계를 개편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전기요금제는 주택용, 산업용, 교육용, 농업용, 일반용(영업용2) 등으로 구분되는데 소상공인들은 그중 일반용을 사용한다. 일반용 전기요금 가격은 주택, 산업용보다 10~20% 높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제조업 등에 적용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에너지요금을 산업용으로 편입해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요금체계를 최신 라이프스타일, 산업구조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만 돼도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커버할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을 경감하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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