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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정부, 가스공사에 “달러 분할 매수” 요청했다 퇴짜 맞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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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6원 내린 1318.1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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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함께 국내 최대 달러 매수주체인 한국가스공사에 정부가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위해 달러를 분할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불발됐다. 경기둔화 지속과 위태로운 경상수지, 세수 부족 사태 등 원-달러 환율을 뛰게 만들 요인들이 첩첩으로 닥쳐온 상황에서 ‘환율발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재차 자극하지 않도록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는 “가스공사의 동절기 달러매수 급증 시기(2022년 10월~올해 3월)에 환율 불안(원화가치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스공사에 달러 분할 매수를 요청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금요일과 주말에 수입계약을 체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결제대금을 마련하려고 통상 매주 목요일에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는데, 이를 주 2~3회로 분산해달라고 협조 요청한 것이다. 특정일에 가스공사의 달러 매수가 쏠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스공사는 한해 대략 150억~200억달러 안팎의 달러를 매입(미리 정해진 환율로 사는 통화선도 거래)하고 있는데, 환위험을 헷지하기 위한 통화선도 거래상 목요일에 달러를 매수하면 다음날(금요일) 오전 환율이 적용돼 회계상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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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협조요청은 무산됐다. 기재부는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주요 달러 매수기관들과 소통하는 게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다. 외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달러 거래처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가스공사 쪽은 ‘목요일 달러 매수 관행이 최적이다. 내부 사정상 분산 매수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이 지난 4월 중순에 체결한 대규모 외환스왑 거래(한도액 350억달러, 만기 6개월 및 12개월) 시행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증권 매수용 달러의 환헤지 목적도 있으나 원-달러 환율 안정을 꾀하려는 외환당국의 의도가 함께 깔려 있다. 이 스왑은 외환당국(기재부)이 먼저 권고하자 국민연금과 한은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현물환 매입으로 달러를 조달하지 않고 대신에 한은이 빌려주는 스왑 달러로 흡수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를 줄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빌려간 스왑 달러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350억달러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1343.00원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위태로운 여러 한국경제 지표들로 환율 상승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경기둔화세가 깊어지고 총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도 월간으로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불안한 양상이다. 세수 부족 사태로 재정적자 우려마저 커졌다.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기관에 협조를 구하며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재차 자극하면 또 다시 통화긴축(금리인상) 국면에 빠져들게 돼 경제를 최악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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