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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G7 정상회담

G7 만찬에 후쿠시마산 사케…일본의 ‘먹어서 응원하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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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에 오른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 회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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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사케가 올랐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가 줄곧 전개해 온 후쿠시마산 식품 부흥 정책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이 다시 주목받는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유명인들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내외에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려 했던 정책이 세계 외교 무대에서도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친교 만찬에는 행사가 열리는 ‘히로시마산’ 음식이 주로 올라왔지만,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미야기현·이와테현의 술과 음식이 곁들여졌다. 만찬용 술로 제공된 사케 3종 중 하나가 후쿠시마에서 온 마쓰자키슈조의 ‘히로토가와(廣戸川)’다. 1892년 설립된 사케 회사 마쓰자키슈조는 후쿠시마 현지 쌀과 물로만 사케를 만든다고 누리집에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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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둘째 날 국제미디어센터에서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음식과 사케를 홍보하는 행사가 열렸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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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취재하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에게도 후쿠시마산 사케와 후쿠시마산 복숭아 주스 등 가공식품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15일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부흥의 길을 걷고 있는 후쿠시마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귀중한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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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선수들에게 전달했던 점심 도시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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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산 식재료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한 바 있다. 국민이나 선수단의 우려가 커지자 대한체육회는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선수들에게 별도로 배달했다.

대한체육회의 이런 조처는 양국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올림픽 선수단이 자체 급식센터를 설치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응을 요청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도시락’이 후쿠시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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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식품 부흥 캠페인 ‘먹어서 응원하자’ 광고에 출연한 일본 아이돌그룹 토키오의 멤버.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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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12일(현지 시각)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오른쪽)이 도쿄에서 열린 원전 지역 농산물 판매 행사에서 후쿠시마산 토마토를 시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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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지고 한 달여 뒤부터 시작됐다. 후쿠시마현 등 재난 피해 지역의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어서 지역 부흥을 꾀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정부는 유명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동원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두 달쯤 지난 2011년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후쿠시마현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후쿠시마산 체리와 오이를 권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세 나라 정상이 웃으면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는 장면을 대서특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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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왼쪽)와 함께 후쿠시마산 체리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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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도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논란거리다. “어려움을 겪는 후쿠시마 농민을 위한 캠페인”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일본 시민들이 많지만, 동시에 “일본인들도 후쿠시마산 재료를 피하는데 외국인에게 강요할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은 전국의 15~79살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방문 조사(응답자 1200명)를 실시해 지난 4월초에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오염수의 바다 방류 이후 일본 소비자가 후쿠시마현 등의 농·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34.5%로 ‘그렇지 않다’(10.8%)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른 나라가 일본산 농림수산물 수입을 주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가 38.3%로 ‘그렇지 않다’(4.2%)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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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9일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복숭아 농장에서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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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림수산성이 2020년에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산 복숭아는 2019년 기준 가격이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견주어 40% 낮았고, 곶감 가격은 50% 가까이 낮았다. 2018년 기준으로 후쿠시마산은 쌀, 소고기, 피망 등 대부분의 농수산품 출하량이 일본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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