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G7 정상회담

G7 정상들, 북·중·러 규탄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 외쳤지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제사회 대립 격화로 ‘핵군축’ 쉽지 않은 현실

“북·중·러 적대감으로 결속만 하면 되냐” 비판도


한겨레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19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원폭 사몰자 위령비’에 일렬로 서서 헌화를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히로시마/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안전이 훼손되지 않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핵군축·비확산’의 목표를 담은 공동 문서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 7개국 정상들은 19일 밤 핵무기를 둘러싼 논의 끝에 ‘히로시마 비전’이라는 독립적인 성명 발표에 합의했다.

의장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단에게 “핵군축에 초점을 맞춘 주요 7개국 최초의 독립적인 정상들의 문서다. 핵무기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한 주요 7개국 정상의 결의와 구체적 합의 등을 보여주는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상들은 성명에 합의하기 전인 이날 오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의 참상이 담긴 사진과 유품이 전시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을 함께 방문하고 ‘원폭 위령비’에 헌화했다.

히로시마 비전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존하는 북·중·러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직접적인 경고가 담겼다.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해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며 “핵무기 사용 위협, 더 나아가 핵무기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한 내용도 들어갔다. “세계 핵무기 수의 전체적인 감소는 계속돼야 한다”며 “투명성과 의미 있는 대화 없이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세계 및 지역 안정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생용으로 가장한 군사용 플루토늄 생산이나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핵전력 데이터 개시를 요구하는 동시에 고속증식로 건설을 계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5년께 지금보다 4배 가까운 15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추산한다.

북한에 대해선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포함해 불안정화를 초래하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계획이 존재하는 한, (대북) 제재는 모든 국가에 의해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되고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7개국 정상들의 핵군축 다짐에도 미-중 대립 격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 환경이 점점 악화되면서 핵군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핵을 보유한 북·중·러에 둘러싸인 일본의 경우 핵폐기라는 이상론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히로시마 비전’에도 이런 현실적 고민이 녹아있다. 성명에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길이 아무리 좁더라도 냉엄한 현실에서 이상으로 이끄는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북·중·러를 상대로 대립 구도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국제정세가 핵군축 실현보다 핵전쟁으로 번질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주요 7개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적대의식으로 결속하기만 하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신문은 “주요 7개국이 핵군축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러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히로시마/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물대포 없어 집회 난장판? 경찰 이어 여당도 ‘퇴행 난장판’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