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보단 예방 노력 유도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처벌보다 예방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적용 시기를 유예하고, 형사처벌보다 정부와 기업의 중대재해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중소기업과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형사법적 쟁점과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결과 예방에 있어서 사후적인 형벌의 효과, 특히 형벌의 크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강한 분노에만 기반해 허술한 규정으로 사업주 등 개인에 너무 높은 형벌을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업주나 기업이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 경우에는 가중된 형벌을 감경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정부 지원규정을 보다 세세하게 규정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준원 숭실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에서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이 증가했지만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등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특수포장재를 생산하는 씰앤팩 김민규 이사는 "사업주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와 교육을 실시하려 해도, 근로자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사업주 처벌만을 강화하기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노사가 균형 있게 책임을 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장차를 생산하는 신대양모터스 이병섭 대표는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짧은 근속기간, 그리고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안전에 투자하기 위한 여력이 부족한 곳이 많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유예해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측하기 어렵고 매우 모호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그 대상이 내년에는 영세업체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 없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김용문 덴톤스 리 시니어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은 명확성 관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고, 시행령 내용도 다소 추상적"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적지 않게 중복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진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안전문제연구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처벌만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안전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안전보건정보시스템 구축 및 안전보건 확보 비용의 부담에 대한 노사정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의 80.3%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필요를 지적하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93.8%가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등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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