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마약 이야기 떠도니 정황 없지만 부검하겠느냐’ 질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첫 공판기일, 엄중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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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16일로 200일을 맞은 가운데 참사 생존자와 유족 등 피해자들이 총체적인 권리 박탈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인권실태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전날 이런 내용의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서에는 조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유가족, 생존자, 지역주민, 구조자 등 참사 피해자 26명을 심층 면접한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를 국가에 의한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조사단은 “10·29 이태원 참사는 어쩌나 일어난 불운이 아니다. 수많은 재난참사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오히려 국가의 무책임과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경찰·검찰 조사 과정에서 희생자와 유족, 생존자들의 인권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생명과 안전, 존엄, 진실, 필요 지원, 애도, 연대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조사에서 한 유족은 “검사들로부터 ‘지금 SNS상에 마약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니 정황은 없으나 부검해 보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 10대 희생자 유족에게는 자녀의 흡연 여부를 묻기도 했다. 유족은 “경찰이 물어보는 질문 모두가 참사와 불필요하고 불쾌했다”고 했다.
지자체가 장례비 지원금을 위해 증빙을 서두르라는 전화를 독촉해 유가족이 온전한 추모의 시간을 갖지 못했거나, 참사 관련 기사에 ‘놀러 갔다가 죽었으니 희생자가 아니다’ 등 댓글이 달린 사례를 인권침해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참사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재현 군의 어머니는 “경찰이 경위 파악을 한다며 부상으로 입원한 아이를 찾아와 부모의 동석을 허락하지 않은 채 조사했고, 공직자들은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200일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도 국가 안전관리 체계에 종사하는 공직자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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