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십여년 전만 해도 나 같은 은퇴자나 은퇴가 임박한 사람이 새 차를 사는 건 꺼렸던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거 같다”며 “지금 구입해도 앞으로 10년은 직접 운전하며 탈 것이라 생각하고, 꼼꼼히 차를 고르고 있다”고 14일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최근 60대 이상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완성차 업계에선 ‘시니어 운전자’ 공략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등록 자동차(법인 및 사업자 제외) 2184만여 대 중 60대 이상이 차주인 차량은 31.6%(690만7857대)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차주의 등록 차량 비중은 지난 2018년 12월 23.8%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런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다. 기아는 최근 차량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차량별, 연령별 고객 정보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차량 구매자와 실제 이 차를 타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아 자동차 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분석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세대별 세세한 공략 보다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케팅에 집중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기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형 이하 차급에도 50·60대 이상 구매자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준중형=젊은층’ ‘대형=중장년’식의 단순한 등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시장 변화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은 과거 일본 재진출을 준비하며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에 대해 “65세 이상 인구가 한국의 두 배인데 구매력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에 더해 일본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 시장의 벤치마크로 삼아 소비 동향을 파악, 국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실제 현대차는 7세대 아반떼(올 뉴 아반떼)를 출시할 당시 ‘세상 달라졌다’ 마케팅 시리즈에 시니어 여성 모델을 투입한 바 있다. 또 최근 출시한 7세대 그랜저와 아이오닉5, N 비전 74 등에 레트로풍의 디자인 요소를 일부 반영한 것도 시니어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시니어 운전자에 맞춰 차량 자체의 안전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경차를 포함한 전 차종에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비교적 하위 차급인 C300 AMG 라인 등에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플러스’ 같은 다양한 안전사양을 대거 입혔다. 젊은 운전자는 물론 시니어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물론 시니어 운전자가 늘어나는 만큼 교통안전과 관련한 우려도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시니어 교통안전교육을 위한 ‘교통안전 베테랑 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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