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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언론노조 “9년째 세월호 음모론, MBC·한겨레 등 미검증 보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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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실위 보고서 “인터넷에 남은 보도 정정해야”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세월호 CCTV’ 복원했더니…'1박2일’ ‘강남스타일’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목포MBC, KBS, MBC가 보도한 리포트 제목들이다. 각각 세월호 침몰의 외력설, 세월호 항적 조작 의혹, 세월호 폐쇄회로(CC)TV 증거 조작 의혹을 다뤘다. 현 시점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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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MBC가 2018년 8월 2일 보도한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 리포트. /목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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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혹 제기 기사들이 일방의 주장을 근거로 한 ‘부실 취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언론 단체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참사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비합리적 의혹’이 횡행하게 만든 것은 이 같은 부실한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4일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쓴 14페이지 분량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실위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음모 따위로 비용을 치르지 않게 언론이 ‘거짓 없는 사실, 곧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민실위는 보고서를 통해 9주기를 맞은 현 시점에도 세월호 참사가 “진상 규명이 내용적으로는 완성됐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괴리를 야기한 중심에 지난 9년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 대한 우리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세월호 외력 침몰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등의 의혹을 보도한 기사가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는지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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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지난 2017년 사고해역에서 인양한 선체가 보존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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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MBC는 2018년 8월 2일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이라는 리포트를 신문 1면 격인 ‘톱 기사(가장 처음 나오는 리포트)’로 냈다.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일부 변형이 발견됐는데 “‘뒤에서 앞으로 미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국은 <세월호 조타수 단독 인터뷰 “배 날개에 충격 있었다”>라는 리포트에서는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는 전 세월호 조타수 조준기씨 인터뷰를 보냈다. 이른바 ‘외력설’에 힘을 싣는 기사들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 보도를 두고 “외력설을 주장하는 특정인의 개인적 입장을 검증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일방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을 뿐 다른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교차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관계자의 입장만을 기사의 주 소스로 썼다는 것이다. 전 조타수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종국적으로는 법정에서도 아무 효력을 갖지 못했던 조씨의 사고 당시 주관적 느낌 진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는 외력설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대한조선학회의 검증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항주시험 최종보고서를 통해 기각됨으로써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두 전문 기관은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 원인은 극도로 취약했던 복원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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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5일 방송된 '김어준의 파파이스' 유튜브 방송.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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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은 2016년 1월 15일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이라는 기사에서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전했다. 주요 근거로는 방송인 김어준씨의 주장이 소개됐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고의침몰설’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김씨가 주장한 이 의혹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2018),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2021),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2022)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의 해당 보도에 대해 “대중으로 하여금 김어준씨가 제기한 의혹이 한겨레의 실력 있는 기자들로부터 상당한 합리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여겨지도록 만든 중요 기제였다. 이는 ‘누군가 좌현 앵커를 고의로 투하시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황당한 가설로까지 이어졌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AIS 항적 조작설과 앵커 침몰설’ 방송 내용을 결국 인터넷 면에 기사로 출고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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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는 2019년 4월 15일자 방송. /MBC스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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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트레이트’는 2019년 4월 15일자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라는 주제로 방송했다. KBS도 다음날 뉴스에서 <세월호 DVR 수색 영상 입수…”사라진 20분, 수색영상도 조작됐다”>는 리포트를 냈다. 세월호 선내 CCTV 영상 저장장치인 DVR이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사참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2021년 5월 10일 출범한 세월호 특별검사는 3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뒤 이와 관련한 모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특검은 “있는 사실을 못 밝힌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MBC와 KBS의 보도를 두고 “취재 착수 단계부터 사참위의 주장이 사실일 것으로 단정했다” “사참위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만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였다” “복잡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취재의 결과물”이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저널리즘 본령인 ‘사실 확인의 책무’가 지켜지지 않은 보도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실’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아직까지도 인터넷에 남아있는 관련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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