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소식이 알려진 11일 서울 양천구의 빌라에 빛이 들어오고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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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네 번째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며 정부에 시급한 피해구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8일 30대 여성 이모씨가 양천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돼 조사중이라고 11일 밝혔다. A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1000여채를 보유했다가 사망한 ‘빌라왕’ 40대 김모씨 소유 빌라의 전세 세입자로 파악됐다. A씨가 별도로 피해를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A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사실을 파악했다.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앞선 사망자들과 달리, A씨의 명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 정황이나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서도 없었다. 가족의 요청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이 전날부터 진행 중이다. A씨는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한 부친과 동생의 신고로 발견됐다.
A씨가 거주하던 신축빌라에는 ‘빌라왕’ 사건의 피해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다. 경향신문이 이날 A씨가 살던 빌라에서 만난 주민 B씨는 “(해당 빌라) 건물 자체가 피해자”라며 “‘빌라왕’ 김씨와 다른 사기꾼이 한 명 더 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숨진) A씨와 그 옆 세대도 피해자 단체 메신저방에 들어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B씨 또한 ‘빌라왕’ 사건의 피해자로 3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2년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들이 손피켓과 국화를 들고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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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농성장에선 4번째 사망자를 추모하고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원회 20여명은 “4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쏟아지는데 바로 어제 정부 여당의 피해자 ‘감별법’과 선구제 후회수 불가 방침이 나와 피해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6가지 피해자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특별법 대상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는 피해자들이 발언에 나섰다. 경기 화성시 전세사기 피해자 빈둥씨(가명)는 “개인이 ‘바지 임대인’의 정보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피해자가 몇 명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경매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으로는 빈둥씨 사례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일(사망 사고)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재발을) 예상했다”면서 “정부는 다 해결된 것처럼, 피해대상만 되면 구제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면서 “지금 막지 않으면 더 큰 재난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회견 직후 농성장 한 쪽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4번째 사망자를 위해 헌화했다. 이어 ‘제대로 된 특별법’ 도입을 촉구하며 108배를 진행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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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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