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1일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5조원 줄었다. 총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세수)이 8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기업 실적이 둔화한 데다, 내수 경기마저 가라앉으며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수입이 일제히 줄었다.
총지출은 186조8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지출이 대폭 줄면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역 지원금을 종료한 영향도 받았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8조3000억 원 늘었다.
주목해야 하는 건 ‘관리재정수지’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라서다.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4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대 재정적자(55조30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58조2000억원)의 92.8%다. 적자가 이미 1분기 만에 연간 전망치에 육박할 만큼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의미다. 3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5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나라 살림이 흔들리는 건 세수가 부족해서다. 1분기까지 세수진도율(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율)은 21.7%다.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부진한 국세 수입 흐름이 지속할 경우 연간 세수진도율은 87%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세 수입(400조5000억원)의 13%인 50조원가량이 덜 걷힐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세수 부족 사태가 단기간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진한 세수 흐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나라 곳간을 채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 정부가 기댄 세계잉여금 중 향후 세입으로 돌릴 수 있는 재원은 2조8000억원에 그친다. ‘건전재정’ 기조 하에 올해 예산을 편성한 만큼 예정한 지출을 강제로 줄이는 ‘불용(不用)’도 만만치 않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없고,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데 지출을 줄이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자칫 머뭇거리다 대응 시기마저 놓칠 수 있다. 국세 수입을 집계하는 데 1~2개월가량 시차가 있어서다. 기재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부처에 재정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라고 주문한 만큼 하반기에 재정을 줄일 여력이 더 없을 수 있다.
결국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조건 돈을 쓰려고 국채를 발행하면 안 되겠지만, 현재는 민간 부분이 위축해 재정 지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경기가 빠르게 냉각하고 있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추경 편성 및 최소 20조원 이상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큰 폭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재정건전성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재정 지출을 검토해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인구 고령화 등 재정 소요를 고려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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