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룩' 연출 성인 패션 브랜드 키즈 라인 인기
3월 24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 베이비디올 매장에서 직원들이 유아동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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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막 입는 옷은 주변에서 물려받고, 원피스나 카디건같이 결혼식 때 아이에게 입힐 격식 차린 옷은 선물 받거나 백화점에서 사죠.
대전에서 맞벌이로 일하며 33개월이 된 딸을 키우는 고모(36)씨는 아이 옷값 양극화를 실감한다. 일상에서 '막 입을 옷'은 친한 이웃의 작아진 아이 옷을 주기적으로 물려받아 입히거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아동복 공구' 방에서 한 계절 입힐 용도의 저렴한 옷을 주문한다. 반대로 가족모임이나 행사에서 입힐 옷은 선물로 받는다. 고씨는 "아이가 24개월 즈음엔 할아버지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버버리 재킷을 선물해 줬는데 한 벌에 70만 원대"였다며 "어른 옷과 가격이 비슷하지만 이런 거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는 고물가 시대에도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과거 한 명의 자녀를 위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 등 8명의 어른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는 '에이트 포켓(eight pocket)'에서 이제는 주변 지인까지 합세한 '텐 포켓' 시대다.
불경기에도 백화점 '아동 명품'은 활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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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 원 △2021년 1조1,247억 원 △2022년 1조2,016억 원(잠정)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는 줄지만 아동복 시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가 많은 해외 아동 브랜드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버리칠드런·몽클레르앙팡·베이비디올·펜디키즈·봉통·지방시키즈 등이 최근 3년 새 백화점 주요점에 매장을 내기 시작한 아동 관련 해외 명품 브랜드다.
국내 백화점 3사의 아동 카테고리 매출과 이 중 해외(명품) 아동 카테고리 매출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 3사 모두 아동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20%대(현대 26.4%·신세계 20.8%·롯데 20%) 오른 반면 해외 명품 아동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55%(롯데) 더 올랐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아동 매출 전체가 13.7% 오를 때 해외 아동 카테고리는 22.7%가 올랐다.
백화점들은 프리미엄 아동 카테고리를 계속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월 압구정본점에 '베이비디올' 매장을 열었고, 롯데백화점은 3월 부산 본점에 '끌로에키즈', '지방시키즈', '휴고보스키즈' 등을 만날 수 있는 명품 키즈 편집샵 'K.I.D.S'를 새로 선보였다.
백화점 3사 모두 서울 강남에 고가 아동 용품샵 팝업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로 진행중인 프랑스 유아동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뜰리에슈의 대표상품인 속싸개. 신세계백화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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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중심으로 정식 오픈 전에 고객 반응을 테스트하는 용도의 팝업스토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4일까지 국내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에게 인기를 얻던 프랑스 유·아동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뜰리에슈'의 팝업스토어를 강남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8, 9만 원대 아기 속싸개(스와들), 9만 원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보디슈트, 4, 5만 원대 턱받이 등의 판매량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8층에서 팝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페인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인 '리틀크리에이티브팩토리' 매장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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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점에 스페인 디자이너의 키즈 브랜드인 '리틀크리에이티브팩토리' 팝업을 진행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역시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17만~19만 원대 키즈 수영복, 핸드메이드로 만든 황마 소재 가방(28만 원대) 등이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달 무역센터점에서 열흘 동안 네덜란드 럭셔리 브랜드 '오일릴리'의 아동복 라인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브랜드로 우리 가족 개성 드러낸 '패밀리룩' 인기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아카이브볼드가 이번에 출시에 키즈펫 라인 의류 이미지. 아카이브볼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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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명품 아동 브랜드가 잘나가는 것에 비해 국내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 아동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22.7% 오른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아동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이 9%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대신 국내 아동복은 성인 브랜드의 '키즈' 카테고리로 흡수되는 모양새다. 어린이가 입는 아동복 대신 성인 패션을 아동 사이즈로 줄여 온 가족이 함께 비슷한 분위기의 패밀리룩을 연출하는 것이 유행이다.
2020년 설립돼 '939' 로고가 새겨진 바지를 10만 장 이상 팔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아카이브볼드'는 이달 '키즈&펫' 라인을 새로 론칭했다. 키즈 라인은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 상품인 939 스웨트 팬츠를 비롯해 기존 939 로고 후드와 티셔츠를 미니 버전으로 제작했다. 아카이브볼드 관계자는 "스트리트 패션 러버들이 부모, 이모, 삼촌이 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자식이나 조카에게 입히고 싶은 심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키즈 라인을 냈다"며 "아이는 줄고 있지만 트렌드에 민감하고 패션 브랜드 소비에 익숙한 1980년대생 부모가 아동복 시장의 주 소비자가 되면서 객단가와 구매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룩' 인기 무신사 키즈, 1년 사이 거래액 3배
무신사 키즈 1주년 캠페인에서 공개한 셀럽 패밀리룩 화보. 무신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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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MLB)의 의류 라이선스 사업 등으로 지난해 매출 1조8,091억 원, 영업이익 5,224억 원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국내 패션 기업 F&F도 MLB키즈,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키즈 등 기존 라이선스 브랜드의 키즈 라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F&F관계자는 "디스커버리 키즈는 두 자릿수 이상의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MLB키즈는 올해 중국 단독 매장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내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도 지난해 2월 영유아부터 어린이 의류, 잡화, 라이프 스타일 상품을 소개하는 전문관인 '무신사 키즈'가 1년 사이 거래액이 세 배 늘고 입점 브랜드도 100여 개에서 300개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MLB·노스페이스·내셔널지오그래픽· 캉골·폴로 등 '패밀리룩'을 연출할 수 있는 브랜드가 특히 인기로, 키즈 패션 거래액의 60%를 이런 패밀리룩 브랜드가 차지하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키즈 패션 역시 스트리트, 캐주얼, 컨템퍼러리 등 다양한 스타일과 콘셉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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